'-적' 없애야 말 된다
(1406) 최우선적 1 : 최우선적 과제
주택 ‘보급율’이라는 말 자체가 드러내듯이 집을 많이 지어 팔기가 최우선적 과제였던 셈이다
《전상인-아파트에 미치다》(이숲,2009) 57쪽
“말 자체(自體)가”는 “말이 바로”로 다듬습니다. ‘과제(課題)’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할 일’로 손볼 수 있고, ‘주택(住宅)’은 ‘집’으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주택 보급율’이라는 전문 낱말 앞에서는 ‘집’으로 고쳐쓰기 어렵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주택 보급율’을 통째로 손질해서 손쉽게 적는 길을 찾으면 한결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우선적(最優先的)’은 “어떤 일이나 대상을 특별히 다른 것에 비하여 가장 앞서서 문제로 삼거나 다루는”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최우선(最優先)’은 “어떤 일이나 대상을 특별히 다른 것에 비하여 가장 앞서서 문제로 삼거나 다룸”을 뜻하는 한자말인데, 서로 ‘-적’이 붙느냐 안 붙느냐만 다를 뿐, 보기글은 거의 같다 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최우선 과제”나 “최우선적 과제”는 서로 뜻이나 느낌이 다른 보기글이 아닙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옳게 가누지 못한 채 두 가지로 얄궂게 퍼지는 슬픈 말씨입니다.
최우선적 과제였던
→ 최우선 과제였던
→ 맨 먼저 할 일이었던
→ 가장 먼저 마음쓸 일이었던
→ 무엇보다 먼저 풀 일이었던
…
국어사전에 실린 ‘최우선적’은 매김씨 노릇을 한다고 합니다. 다른 ‘-적’붙이 낱말도 매김씨 노릇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적’을 붙이며 매김씨로 쓰는 문화가 언제부터 뿌리내렸을까 궁금합니다. 이와 같은 말씀씀이는 우리 말 문화라 할 만할까요. 다른 사람이 쓰니 그예 따라 쓰는 말투인지, 번역 말투가 여러모로 스며들었는지, 아니면 한겨레 스스로 참으로 올바르거나 알맞다고 느끼며 쓰는 말투인지 궁금합니다.
최우선적 목표 / 최우선 목표 (x)
가장 큰 꿈 / 가장 먼저 이룰 꿈 (o)
제가 따온 보기글에는 “최우선적 과제”이고,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에는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처럼 두 가지 글꼴로 쓰면서 얼마나 다른 뜻과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지 알쏭달쏭입니다. 이처럼 두 가지 글꼴로 쓰면서 하나는 이름씨 꼴 씀씀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매김씨 꼴 씀씀이라 나눌 까닭이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통일을 위한 최우선적 실천 과제 (x)
통일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할 일 (o)
국어사전에는 “최우선으로 삼다” 같은 보기글도 실리는데, 이 보기글에 ‘-적’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붙이거나 말거나 뜻이나 느낌이 달라진다 할 수 있을까요. 붙이든 안 붙이든 뜻이며 느낌이 똑같은 말투가 우리한테 있을까요. 우리 말투에서 ‘-는’ 토씨를 붙이거나 ‘-가’ 토씨를 붙일 때 느낌과 뜻이 같든가요.
최우선적으로 다룰 예정 / 최우선으로 다룰 예정 (x)
가장 먼저 다룰 생각 / 맨 먼저 다룰 생각 / 무엇보다 먼저 다룰 생각 (o)
‘-적’붙이 말씀씀이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앞서, 이 말씀씀이가 내 생각과 마음과 느낌을 얼마나 담아내는가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이런 글씀씀이가 우리 삶과 문화를 얼마나 가꾸는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나다움을 북돋우거나 우리다움을 빛내는 말을 하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내 모습을 고이 보여주거나 우리 삶결을 어여삐 나누는 글을 쓰는지 살펴볼 노릇입니다.
최우선적인 비중을 두고 있다 / 최우선의 비중을 두고 있다 (x)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다 / 무엇보다 큰 무게를 두고 있다 (o)
손쉽게 써야 하는 말은 맞으나,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말은 아닙니다. 단출하게 쓰면 한결 나은 글이 된다고 하나, 얼렁뚱땅 쓴다고 해도 되는 글이 아닙니다.
굳이 멋을 부려야 하는 말은 아니나, 겉치레로 부리는 멋은 제맛이 나지 않기 마련입니다. 꼭 아름답게 써야 할 글은 아니나, 아름다움과 미움과 못남과 싱그러움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아차리거나 되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알맞게 쓰지 않는다면, 먼 뒷날 사람들 또한 알맞게 쓰기 어려운 말입니다. 지난날 살던 사람들이 알맞게 쓰지 않은 탓에 오늘날 우리들이 알맞게 쓰는 말을 잊었다고 할밖에 없습니다만, 앞사람 탓만 하면서 마구잡이로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앞사람이 잘못한 짐을 기꺼이 지면서, 뒷사람이 뒤틀리거나 엉터리로 찌든 말을 이어받지 않게끔 한결 마음을 쏟고 땀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오늘 흘리는 땀방울을 뒷사람이 알아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 내 삶을 가꾸고 내 마음을 빛내면서 내 넋과 얼을 고스란히 싱싱하고 튼튼하게 일으키는 말을 찾고 글을 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342.3.13.쇠./4344.9.17.흙./4345.5.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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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급율’이라는 말이 바로 드러내듯이, 집을 많이 지어 팔기가 맨 먼저 할 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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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638) 최우선적 2 : 최우선적으로 들어갈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하늘나라에 최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주셨다는 것을 기억하고, 여러분이 지금 하늘나라에 있다는 것을 느껴 보십시오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전병욱 옮김-예수처럼 아이처럼》(달팽이,2011) 107쪽
“들어갈 수 있는 권리(權利)를 주셨다는 것을 기억(記憶)하고”는 그대로 둘 만하지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신 줄 생각하고”로 손볼 수 있습니다. ‘지금(只今)’은 ‘오늘’이나 ‘바로 오늘’이나 ‘바로 이곳에서’로 손질하고, “있다는 것을”은 “있는 줄”로 손질해 줍니다.
최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 맨 먼저 들어갈 수 있는
→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있는
→ 누구보다 먼저 들어갈 수 있는
→ 앞장서서 들어갈 수 있는
→ 맨 앞에서 들어갈 수 있는
…
가장 알맞게 쓰면 좋을 말을 생각합니다. 가장 즐거이 주고받으면 기쁠 말을 헤아립니다. 누구보다 나 스스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 아닌 내 슬기를 빛내어 헤아립니다.
남보고 잘 쓰라 할 말이 아닙니다. 나부터 앞장서서 잘 쓰면 넉넉한 말입니다. 올바른 정치를 바라듯 올바른 말글을 바랍니다. 곧바른 사회와 문화를 꿈꾸듯 곧바른 말과 글을 꿈꿉니다. 아름다이 빛나는 한국이 되기를 빈다면, 아름다이 빛나는 한국말이 되도록 애쓸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한 가지씩 살핍니다. 한 가지씩 가다듬습니다. 한 가지씩 바로잡습니다.
한 가지 낱말을 살찌웁니다. 한 가지 말투를 북돋웁니다. 한 가지 말결을 다스립니다.
좋은 넋으로 좋은 말을 돌보면서 좋은 삶을 누립니다. (4345.5.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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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은 여러분한테 하늘나라에 맨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신 줄 생각하고, 여러분이 있는 바로 이곳이 하늘나라인 줄 느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