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둘째 갓난쟁이처럼

 


  시골집을 떠나 도시에서 넉 밤이나 자고 나서 돌아오는 길은 아주 고단합니다. 밥도 물도 설다 할 테지만, 이보다 후끈후끈한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온통 둘러싸인 데에서 마음껏 숨을 쉬거나 햇살을 누리지 못하니 괴롭습니다. 시골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비로소 하늘 높이 뜬 하얀 구름을 올려다봅니다. 도시에서 볼일을 보는 내내 하늘 한 번 올려다보아야겠다고 느끼지 못했고, 낮하늘 구름이든 밤하늘 별이든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시골집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제비들을 마주합니다. 시골집에서 우리 마음을 달래고 보듬는 들새 울음소리와 개구리 노래소리를 즐깁니다. 둘째를 가슴에 얹혀 재웁니다. 둘째는 오래오래 잘 잡니다. 잠든 둘째를 가슴에 누인 채 책 하나 집어들어 읽습니다. 이윽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가슴이 답답하다 싶을 무렵 둘째를 옆으로 살며시 내려 누입니다. 나도 둘째하고 나란히 누워 아까 읽던 책을 마저 더 읽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은 뉘엿뉘엿 기웁니다. 아침에 빨래서 널었던 빨래를 하나하나 걷으며 갭니다. 햇볕에 말리는 이불은 더 말립니다. 첫째 아이는 뛰노느라 바쁩니다. 마당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합니다. 도시에서는 제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노래하거나 춤출 수 없던 아이는, 동생이나 아버지처럼 낮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뛰고 놀고 박차고 내딛으며 온몸에 쌓인 앙금을 풉니다.


  좋은 봄날 좋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곱게 품자고 생각합니다. 여러 날 바깥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뒤꼍 감자밭에 새싹이 돋습니다. 이제 감자밭 둘레로 다른 땅뙈기도 잘 일구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하루가 저뭅니다. (4345.5.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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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5-08 17:39   좋아요 0 | URL
큰애가 많이 답답했을 것 같아요.
도시에선 어디 놀때가 없어서요. 동네 놀이터도 낮엔 술 취한 어른들로 가득하더라구요.
저의 애들도 마법의 여름이란 그림책처럼 놀게 하고 싶어요.

숲노래 2012-05-09 02:50   좋아요 0 | URL
집으로 돌아와서 아주 방방 뛰며 잘 놀더라구요...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