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어떤 삶을 사진으로 담을까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6] 로버트 카파(Robert Capa), 《戰爭·平和·子どもたち》(寶鳥社,2001)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곁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노래하기에, 아이들은 신나게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춤추고 뒹굴며 뛰놉니다. 곁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즐거이 일하며 웃음짓기에 아이들은 마음껏 춤추고 뒹굴며 뛰놉니다.
아이들이 눈물짓습니다. 곁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을 뿐 아니라, 곁에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전쟁통에 휩쓸려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기 때문에 눈물짓습니다. 아이들 얼굴에 아무런 빛이 드리우지 않습니다. 곁에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얼굴에 아무런 빛이 드리우지 않을 뿐더러, 넉넉히 누릴 밥이 없습니다.
로버트 카파(Robert Capa) 님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寶鳥社,200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전쟁통에도 얼마든지 노래하거나 춤출 수 있고, 아이들은 무너진 집 앞에서 돌조각을 주우며 얼마든지 노래하거나 춤출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갓진 때에도 얼마든지 눈물지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배불리 먹을 만한 밥상 앞에서도 얼마든지 울음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부질없는 생각을 일삼거나 덧없는 꿍꿍이를 꾀할 때에는 아이들 모두 힘겨우며 고단합니다. 어른들이 제 배를 채우거나 제 밥그릇을 거머쥐려 할 때에는 아이들 누구나 슬프며 외롭습니다. 어른들은 어떠한 돈도 이름도 힘도 움켜쥐지 못합니다. 겉보기로는 움켜쥔 듯 여길는지 모르나, 하나를 잡으면 다른 하나를 또 잡으려 하고, 다른 하나를 잡아도 또다시 새로운 하나를 잡으려 합니다. 아름다이 누리는 돈이나 이름이나 힘은 없습니다. 아름다이 누릴 사랑과 꿈과 믿음이 있습니다. 착하게 거머쥘 돈이나 이름이나 힘은 없습니다. 착하게 나눌 사랑과 꿈과 믿음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돈을 건네 보셔요. 아이들한테 이름값을 붙여 보셔요. 아이들한테 힘을 얹어 보셔요. 아이들이 기뻐하나요. 아이들이 좋아하나요. 아이들이 재미나다 여기는가요.
아이들한테 사랑을 건네 보셔요. 아이들한테 꿈을 붙여 보셔요. 아이들한테 믿음을 얹어 보셔요. 자, 이제 아이들 얼굴이 어떠한가요. 아이들 목소리가 어떠한가요. 아이들 몸짓과 마음결이 어떠한가요.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이 웃습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이 웁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 낯빛에 아무 빛이 없습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에 나오는 아이들 몸짓이 홀가분합니다.
아이들은 어느 때에 웃을까요. 어른들은 어느 때에 웃을까요. 어른인 내가 누군가를 좋은 이웃으로 삼아 사랑을 나눌 때에 아이들이 웃을 테지요. 어른인 내가 누군가를 나쁜 적군으로 여겨 총칼을 휘두르며 죽일 때에 아이들이 울 테지요.
아이들은 어느 때에 낯빛이 사라질까요. 어른들은 어느 때에 낯빛이 죽을까요. 어른인 내가 내 밥그릇을 떵떵거리려 꾀를 부리면 아이들 낯빛이 사라질 테지요. 어른인 내가 따사로운 손길로 동무들과 사랑을 꽃피울 때에 내 낯빛이 환할 테지요.
아이들 어떤 삶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그저 웃을 때에 웃는 낯을 사진으로 담을는지, 아이들이 그예 울 때에 우는 낯을 사진으로 담을는지 생각합니다. 그냥 바라보다가 찍는 사진이 되면 그만인지, 아이들과 좋은 삶을 누리겠다는 뜻으로 하루하루 힘껏 살아내면서 찍는 사진이 될 때에 흐뭇할는지 생각합니다.
삶을 먼저 생각합니다. 삶을 먼저 생각하기에 사진을 함께 즐거이 생각합니다. 삶을 언제나 즐겁게 누리자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삶을 즐겁게 누릴 때에 나와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 모두 즐겁게 어깨동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만 좋아 보일 수 없고, 글만 좋아 보일 수 없으며, 그림만 좋아 보일 수 없습니다. 삶이 좋을 때에 사진이 좋습니다. 삶이 사랑스러울 때에 글이 사랑스럽습니다. 삶이 아름다울 때에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사진학교를 다니기에 사진예술을 하지 않습니다. 문예창작학과를 마쳤기에 글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그림유학을 다녀왔기에 그림문화를 일구지 않습니다. 더 값지다는 사진장비로 내 아이 어여쁜 삶을 사진으로 환하게 담지 않습니다. 더 빼어난 손놀림으로 내 아이 해맑은 꿈을 사진으로 곱게 옮기지 않습니다. 더 예쁘장해 보이는 옷을 입힌대서 내 아이 좋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즐거이 싣지 않습니다.
아이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합니다. 좋게 품는 생각대로 좋게 꾸리는 삶이 되도록 땀을 흘리면서 사진기를 손에 쥐자고 생각합니다. 어버이인 나부터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때에 나 스스로 기쁘며 좋고 넉넉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태어나는 삶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는 사진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사랑하는 넋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태어나는 살림살이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는 보람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사랑하는 지구별입니다.
사진기를 쥔 어른들 누구나 아이 삶을 사랑할 뿐 아니라 어버이이자 어른으로서 이녁 삶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빕니다. 볼펜을 쥐고 붓을 쥔 어른들 모두 아이 삶을 믿을 뿐 아니라 어버이요 어른으로서 당신 삶을 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넋으로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고, 믿는 얼로 믿음직한 사진을 찍습니다. 좋아하는 손길로 좋아할 만한 사진을 이루고, 해맑은 눈빛으로 해맑게 누릴 사진을 빚습니다.
사진책 《戰爭·平和·子どもたち》를 빚은 로버트 카파 님은 ‘전쟁통 한복판’에 온몸 깊숙하게 들어섰기에 이 사진책을 빚지는 않았습니다. 로버트 카파 님은 당신이 사랑하며 즐거울 아이들하고 어깨동무할 자리를 찾아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기쁘게 내딛었습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레 살아가고 어른들도 사랑스레 살아갈 곳을 생각하며 세 발자국 네 발자국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4345.5.7.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