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91] 나중에 내요

 


  파주책도시로 마실을 나옵니다. 파주 책도시에서 사진잔치를 열기에 전남 고흥에서 퍽 먼 마실을 나옵니다. 바깥으로 나온 만큼 바깥에서 밥을 사다 먹고, 잠을 잘 자리를 따로 얻습니다. 이틀을 묵은 파주에서 나오며 1층 손님맞이방에 열쇠를 돌려주는데 “‘바우처’로 하시면 되지요?” 하고 묻습니다. “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되묻습니다. 문득, ‘바우처라 하는 말이 나중에 다른 분이 삯을 치르도록 하는 일을 가리키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 님이 나중에 돈을 치러 주신다는 말이지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네 식구 함께 짐을 꾸려 나오며 다시 곰곰이 생각합니다. 한국사람끼리 주고받는 말인데 한국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말을 쓰지 않는 일이 너무 흔한 이 삶이 얼마나 좋거나 얼마나 아름답거나 얼마나 즐거웁다 할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한국에 호텔이라는 곳이 옛날부터 있은 적이 없으니 ‘호텔’이라는 이름부터 영어에서 가져다 쓴다 하지만, 이런 낱말 저런 낱말 몽땅 영어로 적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자동차를 한국에서 처음 만들지 않았으니 자동차를 이룬 곳곳을 가리키는 이름도 한국말로 따로 없을밖에 없으나, 굳이 ‘백미러’라 할 까닭 없이 ‘뒷거울’이라 하면 됩니다. 내 이웃을 생각하고 내 삶을 사랑할 줄 안다면, 잠을 자는 호텔 이름부터 이곳에서 쓰는 숱한 말마디를 한결 예쁘며 사랑스레 보듬을 수 있겠지요. 아이들한테 물어 보셔요. 아이들하고 좋은 말을 함께 생각해 보셔요. (4345.5.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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