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뜨개 책읽기
여러 날을 들여 옷가지 한 벌 뜨는 마음은 어떠할까 헤아립니다. 곰곰이 헤아리기보다는 나 스스로 실과 바늘을 놀려 한 가지라도 뜰 때에 온몸으로 잘 알 수 있겠지요. 밭에서 돌을 고르고 이랑이랑 고랑을 낸 다음 씨앗을 심는 일 또한, 나 스스로 땀을 흘리고 품을 팔며 겨를을 기울일 때에 온몸으로 잘 알 수 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거나 책으로 읽는다 한들 하나도 알 수 없어요.
설거지를 하든 빨래를 하든 무엇을 하든, 어떤 일이거나 스스로 할 줄 아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을 하기 힘든 아픈 사람은 그저 마음속으로 헤아릴 뿐입니다. 누군가한테는 길을 걷는 일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냥 걸을 뿐입니다. 누군가한테는 두 다리로 서는 일조차 꿈만 같습니다. 마음속으로 서고 마음속으로 걷는 사람이 있어요. 누군가한테는 앉는 일마저 꿈이요, 언제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자리 털고 일어날 꿈마저 없는 채 지내기도 하겠지요.
졸린 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다 보면 이윽고 팔다리 등허리 모두 저립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리에 예쁘게 누워 잠들면 얼마나 좋으랴 싶지만, 이런 생각 저런 마음이란 퍽 배부른 소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릎에 누일 수 있는 나날이란 더없이 좋으며 즐거운 삶이거든요. (4345.4.28.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