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냄새 책읽기

 


  시골은 냄새가 납니다. 흙냄새가 나고 풀냄새가 나며 해냄새와 바람냄새가 나는 한편, 물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없다면 시골일 수 없고, 숱한 냄새가 골고루 얼크러지지 않는다면 시골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시골은 따분합니다. 스스로 흙을 아끼거나 사랑하려는 몸가짐이 아니라 한다면 시골은 따분합니다. 인터넷이 슝슝 뚫리기를 바라거나 버스가 5분이나 10분마다 다니기를 바라거나 극장이나 밥집 옷집 들을 바란다면 참으로 따분한 시골입니다. 스스로 새와 벌레가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면 시골은 따분합니다.


  나는 시골에서 살면서 냄새를 느낍니다. 풀마다 다 다른 냄새를 느낍니다. 바람마다 다 다른 냄새를 느낍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햇살마다 다 다른 냄새를 느낍니다. 이를테면, 봄날 아침부터 천천히 보송보송 마르는 빨래를 만지며 햇살 내음을 느낍니다. 여름철이면 아침에 금세 보송보송 마르는 빨래를 만지작거리며 햇살 내음이 얼마나 짙게 배는가 하고 느낍니다. 두 팔을 벌리고 해를 먹습니다. 풀을 뜯거나 김을 매며 해를 먹습니다. 고랑을 내거나 나뭇잎을 쓰다듬으며 해를 먹습니다.


  그런데 도시사람은 시골이 냄새가 나고 따분하다며 싫다 합니다. 도시사람은 시골에서는 돈구멍 이름구멍 힘구멍 하나 없다며 못마땅해 합니다. 그래요. 시골이니까 풀이랑 흙이랑 바람이랑 냄새를 날라요. 시골이니까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랑 동떨어져요. 시골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라도 먹을거리가 샘솟아요. 시골인 만큼 내 몸을 살찌우는 숱한 먹을거리를 마음껏 누려요.


  나무열매는 돈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들풀이나 멧풀은 돈으로 셈하지 않습니다. 냇물이나 우물물은 돈으로 사고팔지 않습니다. 새파란 낮하늘이나 새까만 밤하늘은 돈으로 재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런 글을 쓸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산촌유학’이라는 이름 때문에, 《산촌유학》(문원,2012)이라는 일본 푸른문학 소개글을 읽는데, 출판사 일꾼이 적바림한 글줄 첫머리에 “제13회 미메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주인공 케이가 그랬듯 도시 아이들이 생각하는 ‘시골’은, 냄새나고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버스를 타고 시골로 내려가면서도 주인공 케이는 다시 도시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온통 초록뿐인 거리를 보면서 말이다.” 하는 대목이 나오더군요. 참말 도시 아이들은 시골을 이렇게 여길까요. 도시 어른들이 시골을 이렇게 여기며 도시 아이들한테 시골을 엉뚱하게 아로새긴 셈 아닐까요.


  아아, 시골사람인 내가 보기에, 도시야말로 냄새가 나던걸요.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 시멘트 냄새, 아스팔트 냄새, 가게마다 버리는 쓰레기에서 풍기는 냄새, 사람들 침 뱉는 냄새, 화학약품으로 만든 화장품 냄새, 술과 담배 찌든 냄새, 지하철 쇳덩이 냄새, 버스 플라스틱 냄새, …… 도시에서는 정작 내고 맡고픈 냄새가 없던걸요. 더구나, 도시에서는 돈을 치르지 않으면 두 다리 뻗고 드러누울 쉼터도 없고 엉덩이 붙이고 앉을 걸상조차 없는걸요. 어쩔 수 없겠지만, 《산촌유학》이라는 일본 푸른문학은 시골 아이들한테 읽히려는 문학이 아니었겠지요. 오직 도시 아이들한테 읽히려는 문학일 테지요. 한국에서도 한국땅 도시 아이들한테 읽히려는 문학이겠지요. (4345.4.26.나무.ㅎㄲㅅㄱ)

 

..

 

  왜 이렇게 다들 '시골을 깎아내리며 돈을 벌고 문학을 하며 글을 쓰려' 할까요. 슬프고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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