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90] 고무신
나한테는 운동신이 없습니다. 가죽신도 없고 다른 신도 없습니다. 나는 오직 고무신을 신고 걷습니다. 나는 고무신을 발에 꿰고 달립니다. 나는 고무신을 걸치고 자전거를 탑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고무신은 고무로 만든 신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입니다. ‘플신’이라든지 ‘뿔신’이라 해야 올바릅니다. 겨울이 되면 고무신을 벗고 털신을 신습니다. 물이 안 새도록 하면서 발목 께에 털을 붙였기에 털신입니다. 옛날 사람은 비오는 날 나막신을 신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사람은 비오는 날 비신을 신기도 하지만, 으레 ‘장화’를 신습니다. 아이들은 운동‘신’ 아닌 운동‘화’를 신고, 어른들은 ‘구두’를 신어요. 달리기 하는 사람은 ‘달리기신’이나 ‘육상신’ 아닌 ‘육상화’를 신습니다. 농구를 하건 배구를 하건 축구를 하건 모두 ‘신’ 아닌 ‘화’를 신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신집이나 신발집에 가서 신이나 화를 장만하곤 했는데, 나날이 신집이나 신발집이 사라집니다. 차츰차츰 ‘슈샵’이나 ‘슈스토어’가 생깁니다. 초등학교마다 English zone이 생기는 요즈음에는 사커슈와 키즈슈가 나옵니다. ‘신’은 사라지는 말이고, ‘靴’는 낡은 말이며, ‘shoe’는 멋스럽고 새로운 말이 됩니다. 시골마을 젊은이 가운데 고무신 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시골마을 아이들 가운데 고무신 즐기는 아니는 우리 아이 빼고는 만나기 힘듭니다. (4345.4.22.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