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가 좋아요 크레용 그림책 36
나카가와 치히로 글 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작은 아이 작은 사랑이 좋아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54] 나카가와 치히로, 《작은 새가 좋아요》(크레용하우스,2002)

 


  시골에서는 새벽부터 밤까지, 또 밤에서 새벽까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새와 멧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바람결에 풀잎과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크고작은 들꽃이 저마다 속살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하루 내내 귀를 안 기울이더라도 자동차 소리를 듣습니다. 건물 부딪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사람들 지껄이는 소리, 가게에서 틀어대는 소리 들이 골고루 뒤섞이며 머리와 마음이 고이 쉬지 못하게 가로막습니다. 도시에서 바람 결과 무늬와 소리와 내음을 느끼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흙이 있고 목숨이 살아가는 터전에서는 온갖 소리로 골고루 어우러집니다. 흙이 없고 목숨이 서로 겨루기만 하는 데에서는 온갖 소리가 서로 아웅다웅 툭탁거립니다.


  시골이라 더 좋고 도시라서 더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되도록 하자면, 서로를 살리고 살찌우며 사랑하는 소리로 가득해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툭탁거리는 소리 아닌 얼크러지는 소리여야지 싶어요. 아웅다웅 치고받는 소리 아닌 살가이 쓰다듬는 소리여야지 싶어요.


.. 민수네 처마 밑 새집엔 제비가 살고, 영희네 처마 밑 새집엔 참새가 사는데, 왜 우리 새집엔 새가 없을까 ..  (3∼4쪽)

 

 


  1980년대 인천 골목동네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날, 선풍기 없는 조그마한 교실에 아이들이 와글와글 빽빽하게 들어차던 일을 떠올립니다. 봄부터 으레 창문을 엽니다. 너무 덥고 너무 후덥지근하니 교실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공부를 합니다. 인천 골목동네는 내 어린 날이나 요즈음이나 거의 달라진 모습이 없어, 골목집마다 한두 그루 알뜰히 돌보는 우람하게 자란 나무가 있습니다. 따로 공원이나 숲은 없으나 이래저래 텃밭과 풀밭과 나무가 있습니다. 커다란 새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참새 하나만큼은 많고, 무슨무슨 평화 행사라든지 어린이날 행사라든지 할 때면, 인천 자유공원 한켠에서 비둘기를 풀어 놓을 뿐 아니라, 곳곳에 비둘기집을 마련하는 만큼, 어린 날부터 참새와 비둘기는 흔히 곳곳에서 보았습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멍하니 있자면, 비둘기 이백 마리 남짓 무리지어 하늘을 날곤 합니다. 나는 하늘을 마음껏 무리지어 날던 비둘기만 보았기 때문에, 뒷날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몇 해 다니면서 서울사람이 비둘기를 ‘닭둘기’라 손가락질하는 소리가 못마땅하기도 했고 어처구니없기도 했습니다. 아니, 서울사람은 비둘기가 얼마나 홀가분하게 하늘을 날며, 얼마나 하늘을 잘 날며, 얼마나 예쁘게 날갯짓하는지를 하나도 모른단 말인가?


  봄부터 가을까지 늘 창문을 열며 공부를 하는 교실에는 으레 참새 한두 마리쯤 들어와서 어수선을 피웁니다. 참새는 교실에서 이리저리 허둥지둥 날갯짓을 하며 벽이나 유리창에 머리를 박습니다. 때로는 골마루까지 나와 옆 교실까지 한바탕 어수선을 피우도록 합니다. 참새 한 마리는 따분하고 골 아픈 공부를 잊게 해 줍니다. 참새 한 마리는 우리더러 딱딱하고 후덥지근한 시멘트방에 갇히지 말고 밖으로 뛰쳐나와 흙운동장에서 뒹굴라고 재잘거립니다.


..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날 때는 새가 되었으면, 하늘나라에서 내려올 때 말야. 그땐 꼭 새의 알 속에 들어가서 작은 날개를 달고 태어날 거야 ..  (7∼8쪽)

 

 


  드문드문 다른 분 자동차를 얻어타고 어딘가 마실을 다닐 때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자동차를 달릴라치면 나비라든지 잠자리라든지 크고작은 새들이라든지 자동차 유리창에 툭툭 부딪히곤 합니다. 벌레들은 자동차 유리창에 부딪히면 팍 하고 몸통이 바스라지며 죽습니다. 크고작은 새들은 웬만해서는 안 부딪힌다지만 곧잘 퉁 하고 부딪히며 튕겨져 나갑니다. 어느 새는 까무라칠 테고 어느 새는 크게 혼쭐날 테며 어느 새는 목숨을 잃겠지요.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를 몰아 면내나 읍내 마실을 하다가 길가에 죽어 쓰러진 멧새를 보곤 합니다. 몸에서 따스한 기운 사라진 멧새를 지나칠 수 없어 자전거를 세웁니다. 가녀린 몸뚱이는 매우 가볍습니다. 이렇게 가벼우니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풀밭에 주검을 옮깁니다. 다음 삶에서는 부디 좋은 보금자리에서 맑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비손합니다.


  새들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니까 찻길에서 자동차한테 안 치일 만하지 않느냐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러나 새들은 먹이를 찾아야 하는걸요. 흙땅에서 살아가는 작은 벌레를 찾아야 하거든요. 봄에는 아직 나무열매가 없으니까요. 겨울에도 나무열매란 없으니까요. 이 풀밭에서 저 논밭 사이를 날다가 그만 찻길을 가로질러야 할 때에 자동차들이 씽씽 내달리니 그만 자동차에 받힙니다. 자동차는 새를 치든 잠자리를 치든 멈추지 않습니다. 빠르기를 줄이지 않습니다. 유리닦개로 슥슥 물 뿌리며 닦으면 끝입니다. 목숨 하나 사라진 줄 느끼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달리는 어른들은 목숨을 헤아리기 어려운 삶입니다. 목숨을 헤아리기 어려운 삶인 어른들이 아이들을 낳아 함께 살아갑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목숨을 헤아리지 않는 어른한테서 지식을 배우고 정보를 얻습니다. 아이들은 목숨을 아끼지 못하는 어른한테서 학문을 물려받고 사회경험을 쌓습니다.

 

 


.. 집 가까이 사는 새가 좋겠어! 하루 종일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나처럼 마음씨 착한 친구를 찾아가서 맛난 음식도 먹고 말야 ..  (17쪽)


  여느 자리에서 새를 마주하지 않는다면 새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여느 때에 새를 마주치지 못한다면 새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여느 자리에서 이웃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이웃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여느 때에 이웃을 마주치지 못한다면 이웃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서로 아끼며 돌보고 사랑할 새와 이웃입니다. 서로 믿으며 어깨동무하고 웃음꽃 터뜨릴 새와 이웃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만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 곁에는 햇살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 둘레에는 바람과 물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 가까이에는 흙과 풀과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햇살과 바람과 물과 흙과 풀과 나무 언저리에는 벌레가 함께 살고, 새가 함께 살며, 짐승이 함께 삽니다. 사람은 사람만 외따로 살아가지 못합니다. 사람 둘레에 뭇목숨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 살아갈 길이 열립니다. 사람들만 바글바글 있대서 사람이 살아나갈 길이 열리지 않아요. 사람들만 가득한 데에서는 사람들 스스로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서로 아끼지 않아요.

 

 

 

.. 새들의 말을 배울 테야. 그러면, 새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잖아 ..  (29∼30쪽)


  나카가와 치히로 님 그림책 《작은 새가 좋아요》(크레용하우스,2002)를 읽습니다. 작은 새는 좋습니다. 작은 새는 참 좋습니다. 작은 새를 좋아하는 아이가 좋습니다. 작은 새를 좋아하는 아이가 더없이 좋습니다.


  아이는 새가 속삭이는 말을 배웁니다. 아이는 마음속으로 새가 되어 서로 동무합니다. 아이는 작은 새들하고 먹을거리를 나누고 잠자리를 나눕니다. 아이는 작은 새들이 걱정이나 근심 아닌 사랑과 믿음을 속삭일 보금자리를 꿈꿉니다. 아이가 꿈꾸는 보금자리에서는 새들뿐 아니라 사람들도 마음놓고 예쁘게 살아갈 만합니다.


  새와 함께 꽃이 핍니다. 새와 함께 수풀이 우거집니다. 새와 함께 하늘이 해맑습니다. 새와 함께 바람이 상긋합니다. 새와 함께 물결이 노래합니다. 작은 새와 작은 아이와 작은 숲과 작은 이야기가 좋습니다. (4345.4.10.불.ㅎㄲㅅㄱ)


― 작은 새가 좋아요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사과나무 옮김,크레용하우스 펴냄,2002.8.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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