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뒹굴기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흙밭에서 아이들이 뒹군다. 나는 괭이로 쩍쩍 땅을 쪼아 엎는다. 괭이자루를 잡고 내리찍기 앞서 아이들을 흘끗 바라본다. 괭이로 땅을 쿡 찍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나는 이 아이들만 하던 어린 나날 흙밭에서 얼마나 뒹굴 수 있었을까. 나는 흙밭이든 흙마당이든 흙길이든 하나도 못 누리며 시멘트 바닥만 누렸을까. 아니면 집에서 조그마한 방바닥만 이리저리 오가며 뒹굴 수 있었을까. 나는 우리 아이들처럼 온통 흙투성이가 되도록 개구지게 놀던 어린이가 아니었을까. 날마다 온몸이 흙투성이에 모래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들어온다고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던 어린이가 아니었을까. 머리카락까지 온통 모래와 흙이 스며들어 또 새로 씻어야 한다고, 아침에 갈아입은 옷을 저녁에 벗어 새로 빨아야 한다고, 이런저런 푸념을 빚던 어린이가 아니었을까.


  흙놀이를 하고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한테 하루는 얼마쯤 되는 겨를일까. 흙놀이를 하고 모래놀이를 하던 내 어린 나날, 하루를 얼마쯤 되는 겨를로 맞아들였을까. 아이들이 노는 흙밭은 그리 넓지 않다. 내가 뛰놀던 옛 국민학교 흙운동장 귀퉁이는 아주 조그맣다. 한 사람이 일구어 곡식과 먹을거리를 얻을 땅뙈기는 그리 넓지 않아도 된다. 한 아이가 뒹굴며 마음껏 온누리를 느끼며 놀 터, 곧 아이들 흙놀이터는 얼마 넓지 않아도 넉넉하다. 우리 어른들이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아파트 평수를 한두 평이나 서너 평 줄이면,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 흙밭과 흙마당 깃든 자리를 장만할 수 있을 텐데. 우리 어른들이 자가용 크기를 줄이거나 자가용을 덜 타거나 아예 자가용을 버릴 수 있다면, 아이들이 신나게 얼크러질 흙놀이터를 예쁘게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도록 이끄는 좋은 그림책과 좋은 동화책과 좋은 다큐영화를 베푸는 일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지만, 아이들이 온몸으로 뒹굴며 자연을 받아들일 만한 흙땅이 없다면, 자연그림책도 자연동화책도 자연다큐영화도 그예 부질없는 앎조각이나 앎부스러기로 그치지 않을까 싶다. 흙땅을 누리지 못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온 나라 물줄기에다가 막삽질을 하고 온 고을 멧줄기에다가 막구멍을 파댄다고 느낀다. (4345.3.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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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30 20:45   좋아요 0 | URL
우리 어릴 때만해도 흙바닥이 많았지요. 동네 한복판에 개천도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시멘바닥에 길들여져서... 땅 일구시는 거 안 힘드세요?

숲노래 2012-03-30 21:43   좋아요 0 | URL
여기에 무언가 심어 먹을 생각하면
즐거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