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06 : 오만방자
염라대왕의 총애를 듬뿍 받는다더니, 과연 오만방자하군요
《주호민-신과 함께 (이승편 上)》(애니북스,2011) 155쪽
“염라대왕의 총애(寵愛)를 듬뿍 받는다더니”는 “염라대왕한테서 사랑을 듬뿍 받는다더니”나 “염라대왕이 더없이 귀여워하고 아낀다더니”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과연(果然)’은 ‘참’이나 ‘참말로’나 ‘아주’나 ‘매우’로 다듬어 줍니다.
사람들은 ‘오만방자’라는 꼴로 적잖이 생각을 나타내지만, 막상 이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따로 네 글자 한자말이 아닙니다. ‘오만’이랑 ‘방자’를 더한 낱말입니다. 먼저, ‘오만(傲慢)’은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을 뜻합니다. ‘방자(放恣)’는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지다”를 뜻합니다. 곧, 오만이든 방자이든 ‘건방지다’는 소리입니다. 주제넘는다는 소리요, 젠체하는 꼴입니다.
과연 오만방자하군요
→ 참 건방지군요
→ 참말 버릇이 없군요
→ 매우 버르장머리없군요
→ 이것 참 콧대가 높군요
→ 듣던 대로 잘난 척이군요
…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건방지다’ 뜻을 살펴보면 “젠체하며 지나치게 주제넘다”라 나오고, ‘주제넘다’ 뜻을 찾아보면 “말이나 행동이 건방져 분수에 지나친 데가 있다”라 나옵니다. 두 낱말이 어떻게 다른가 풀이하지 않아요. ‘건방지다 = 주제넘다’로 풀이하고, ‘주제넘다 = 건방지다’로 풀이해요. 오락가락 돌림풀이입니다. 이래저래 엉망풀이예요.
어쩌면, 국어사전 엮는 국어학자부터 한국말을 옳게 살피지 못하니, 여느 자리 여느 사람까지 한국말을 살뜰히 생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느 자리 여느 사람부터 한국글을 옳게 쓰지 않으니, 국어사전 엮는 국어학자마저 한국글을 엉터리로 쓴다 할 수 있어요.
주제넘은 소리가 되겠습니다만, 한국땅 어른들은 한국땅 아이들한테 말다운 말을 못 가르치거나 안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한국땅 지식인들은 한국말을 올바로 쓸 줄 모를 뿐더러, 슬기롭게 빛내지 않는구나 싶어요. 이 땅에서 이 나라 사람들이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게 말꽃을 피우고 삶꽃을 나누도록 이끄는 길을 저마다 깨닫지 못하거나 헤아리지 않는구나 싶어요. (4345.3.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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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한테서 사랑을 듬뿍 받는다더니, 듣던 대로 버릇이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