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てるてる はるひ―父さん 晴日を撮る。 (單行本)
石川 厚志 / 雷鳥社 / 2011년 10월
평점 :



어버이가 물려주는 선물, 사진첩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4] 이시카와 아츠시(石川厚志), 《てるてるはゐひ 父さん 晴日を撮る》(雷鳥社,2011)
어버이가 아이한테 땅이나 돈을 물려주는 일이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가 제 삶을 즐거이 누릴 좋은 보금자리가 될 땅을 물려주는 일은 하나도 잘못이 아닙니다. 아이가 제 사랑을 마음껏 꽃피우도록 도울 돈을 물려주는 일은 조금도 잘못이 아닙니다.
어버이는 아이들과 지낼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이 보금자리는 아름다운 터여야 하고, 이 보금자리는 어버이가 흙으로 돌아가고 나서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일구며 새 아이들을 낳을 만한 터여야 합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먹여살리려고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꼭 돈을 벌어야 하지는 않아요. 어버이 스스로 몸을 놀려 곡식이나 푸성귀를 거둘 수 있습니다. 열매를 딸 나무를 돌볼 수 있어요. 바다나 냇물에서 고기를 낚을 수 있어요. 반드시 돈을 벌어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해서 차릴 때에 좋은 밥이 되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땅을 물려받든 돈을 물려받든 할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받고 싶으면 받고, 딱히 안 받아도 된다 여기면 안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가 더없이 따사로우며 아름답다 싶은 보금자리를 어여삐 일군다고 느끼면, 이곳에서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좋은 터를 언제까지나 어여삐 보살피며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어버이가 살던 곳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며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새 아이들을 낳습니다. 이윽고 이 ‘어른이 된 아이’들은 제 어버이처럼 흙으로 돌아갑니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천천히 어른이 되고, 다시금 제 어버이가 했듯이 새 아이들을 낳고는 흙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으로 삶을 일구는 터전이라면 더없이 좋은 보금자리라고 느껴요. 지구별 사람들 누구나 사랑으로 삶을 일구는 터전을 누려야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사랑이 깃든 땅이라면 어버이와 아이 모두한테 좋습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돈이라면 어른과 어린이 서로한테 좋습니다.
먼먼 옛날, 책이나 사진기나 붓이나 종이나 다른 어느 하나 없던 때, 어버이는 아이들과 좋은 땅과 좋은 밥과 좋은 옷과 좋은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면서 살가이 물려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이 생기고 책을 만든 뒤, 먼먼 어버이 무렵부터 찬찬히 이어온 아름다운 이야기를 글로 빚어 책에 담아 아이들한테 물려주기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붓과 종이를 만든 다음, 먼먼 어버이 적부터 고이 이어온 빛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실어 책에 묶어 아이들한테 물려주기도 했으리라 생각해요. 이제 사진기를 만들어 마음껏 누리는 오늘날, 내 가까운 살붙이부터 사진으로 살포시 옮겨 책으로 이루고는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구나 싶어요.
내 어버이는 내가 어릴 적부터 제금나기 앞서까지 나를 찍거나 나를 둘러싼 우리 식구들 함께 얼크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사진첩 하나 마련합니다. 이 사진첩은 내 어버이가 나한테 베푸는 선물입니다. 나는 내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아이들 사랑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푼푼이 그러모아 사진첩을 이룹니다. 이 사진첩은 내가 내 아이들한테 베푸는 선물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날이 무럭무럭 클 테고, 저마다 무럭무럭 크고 나서 나한테서 받은 선물을 곰곰이 돌이켜, 저희 새 짝꿍과 저희 새 아이들한테 새삼스러우며 새롭다 할 사진첩을 기쁘게 선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시카와 아츠시(石川厚志) 님이 빚은 사진책 《てるてるはゐひ 父さん 晴日を撮る》(雷鳥社,2011)를 읽습니다. 아이 하나가 맑은 빛을 마음껏 뽐내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책입니다. 사진책 마지막은 《てるてるはゐひ 父さん 晴日を撮る》를 가득 채우는 가시내가 동생 손을 살포시 쥐며 잠든 모습입니다. 두 아이와 날마다 복닥이는 내 삶을 돌아보며 사진책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나 또한 이 사진책 딸아이처럼 첫째를 딸아이로 맞이해서 돌봅니다. 나 또한 이 사진책 갓난쟁이 둘째처럼, 우리 집 갓난쟁이 둘째하고 늘 북적거립니다.
첫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동생을 따숩게 껴안을 줄 압니다. 첫째 아이는 스스로 가방을 메고 혼자 마실을 다녀오겠다며 마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올 줄 압니다. 첫째 아이는 헛간에서 호미를 찾아내어 마당 가장자리 흙자리를 콕콕 쫄 줄 압니다. 첫째 아이는 물잔을 나를 줄 알고, 밥상에 수저를 놓을 줄 압니다. 첫째 아이는 동생한테 물을 먹일 줄 알고,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빨래를 갤 줄 압니다. 첫째 아이는 종알종알 노래를 부를 줄 알고, 세발자전거를 타고 마당을 휘휘 돌 줄 압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를 날마다 사진으로 담습니다. 첫째 아이 모습을 담고 둘째 아이 모습을 담습니다. 두 아이가 얼크러져 노는 모습을 담고, 두 아이가 잠든 모습을 담습니다. 두 아이를 씻기다가 때때로 사진 한 장 담고, 두 아이와 밥을 먹으며 사진을 담습니다. 두 아이와 마실을 다니며 사진을 담고, 두 아이가 혼자 놀거나 울거나 뛰거나 무얼 할 때면 가만히 바라보다가 사진을 담습니다.
두 아이가 아직 나한테 찾아오지 않던 지난날에도 사진을 찍고,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아직 두 아이가 찾아오지 않던 때에는 다른 이야기를 다른 사진으로 담으며 살았습니다. 이제 나는 내가 오래도록 사진으로 담던 이야기보다 두 아이와 살아내는 나날을 사진으로 더 많이 더 오래 더 자주 더 깊이 더 넓게 더 즐거이 사진으로 담습니다.
내 어버이도 나와 같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합니다. 내가 내 아이를 사진으로 담을 때에 내 어버이도 나와 같이 느꼈을까 하고 떠올려 보곤 합니다. 내가 내 아이와 사랑스레 어울리며 하루를 빛낼 때에, 내 어버이도 나와 같이 느끼며 하루를 고맙게 누렸을까 하고 곱씹어 보곤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빛입니다. 나도 어린 나날 좋은 빛이었습니다. 나는 좋은 빛으로 태어나 좋은 빛으로 크면서 어른이 되어, 또다른 좋은 빛인 아이들을 낳습니다. 내가 낳은 좋은 빛인 아이들은 저마다 무럭무럭 자라 앞으로 새 어른으로 우뚝 설 테고, 이 아이들은 또다른 빛이 될 새 아이들을 낳겠지요.
나는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한테 좋은 보금자리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나와 옆지기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예쁘게 일구는 보금자리를 잘 다스려 아이들 또한 앞으로 오래오래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예쁘게 일굴 보금자리가 되도록 물려줄 수 있습니다. 나는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한테 좋은 돈을 남길 수 있습니다. 큰돈이느냐 작은돈이느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 푼이든 만 푼이든, 아이 스스로 제 삶에 꽃을 피우도록 돕는 좋은 돈을 물려줄 수 있어요. 여기에 나는 우리 아이들을 날마다 기쁘게 담은 사진을 사진첩 하나로 갈무리해 선물로 베풀 수 있습니다. 또는 사진첩 여러 권을 물려줄 수 있고, 어쩌면 한 해에 한 권씩 따로 만들어 베풀 수 있으며, 아예 다달이 한 권씩 두툼히 묶어 남길 수 있어요.

집집마다 다 다른 빛을 품고 다 다른 사랑을 누리며 살아갈 아이들 모습을 다 다른 어버이가 다 다른 눈길과 손길로 어루만지는 좋은 사진으로 사진첩을 하나씩 빚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아마, 사진이 태어난 뒤 가장 아름다이 빛나는 그림이요 이야기면서 꿈이 아닐까 싶어요. 모르기는 몰라도, 사진이 태어나고 나서 사진이 가장 많이 가장 자주 가장 널리 쓰이는 곳은 바로 ‘어버이가 낳은 빛인 아이들을 담는 보금자리’가 아니랴 생각해요.
반짝반짝 봄날, 아버지는 맑은 날을 찍습니다(책이름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날, 어버이는 맑은 사랑을 찍습니다. 반짝반짝 좋은 날, 어머니는 꿈을 찍습니다. (4345.3.20.불.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