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숲속에서
읍내로 마실을 나가 돌아오는 길에 금탑사에 들르기로 한다. 금탑사 어귀에서 버스에서 내린다. 한참 걸어 올라간다. 금탑사까지는 아직 멀었나 생각하다가 숲속으로 들어가서 풀밭에 앉는다. 숲속 풀밭으로 들어올 때까지 아버지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자던 산들보라가 깬다. 그래, 깨는 김에 풀밭에서 네 마음껏 기면서 놀아라. 흙을 만지고 가랑잎을 만진다. 나무마다 떨군 씨앗이 천천히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무럭무럭 자라나려는 어린나무를 만진다. 숲속 숱한 목숨들 숨결이 감도는 푸른 땅바닥을 아이가 두 발로 기고 두 손으로 짚으며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 (4345.3.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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