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596 : 수구초심


옛말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하여 여우도 죽는 순간에는 고향을 향해 죽는다 했던가. 하물며 사람인데 오죽할까
《김재영-내 눈물에 당신이 흐릅니다》(한얼미디어,2005) 71쪽

 

  “죽는 순간(瞬間)에는”은 “죽는 때에는”이나 “죽을 때에는”으로 손보고, “고향을 향(向)해”는 “고향 쪽으로”나 “고향을 바라보며”나 “태어난 곳을 바라보며”로 손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우를 빗대어 사람 삶을 나타내는 셈이군요. 그런데, 이 한자말은 ‘한겨레 옛이야기’일까요, ‘중국겨레 옛이야기’일까요. 보기글처럼 ‘옛말’이라고 밝히며 적을 만한 낱말인지 궁금합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한겨레 옛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겨레 옛이야기를 빌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옛이야기가 되든 일본 옛이야기가 되든 홀가분하게 말할 수 있어요.


  이 자리에서 꺼낸 ‘옛말’이란, 아무래도 ‘한겨레 옛이야기’란 뜻보다는 ‘고사성어’라는 뜻에서 꺼낸 옛말일 텐데, 꼬치꼬치 안 따져도 되리라 봅니다. 그러나, 보기글을 찬찬히 살피면, “여우도 죽는 순간에는 고향을 향해 죽는다” 하고 길게 적어요. 앞쪽에는 ‘수구초심’이라는 중국 옛말을 한자까지 밝히며 적지만, 이렇게 적어서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 뜻풀이를 낱낱이 밝혀요.

 

 옛말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하여 여우도 죽는 순간에는
→ 옛말에 여우도 죽을 때에는
 …

 

  처음부터 중국 옛말이든 한자로 적는 ‘首丘初心’이든 안 적을 때에 가장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손쉽게 읽으며 새길 수 있도록 글을 쓰면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중국 옛말이든 그리스 옛말이든, 들고 싶으면 들되, “옛말에 여우도 죽을 때에는 고향을 바라보며 죽는다 했던가”처럼 이야기하면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여우마음
 여우 고개돌리기
 여우 고개 바라기

 

  생각을 더 기울인다면, 한겨레는 한겨레답게 새말 하나 빚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 땅에 여우 한 마리 살아남을 수 없지만, 여우가 보여주는 모습은 중국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서로 같았겠지요. 그래서, 한국땅에서는 한국땅 나름대로 새 이야기 담는 새말을 빚을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4345.3.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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