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선물 - 헬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사계
이태훈 지음 / 눈빛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80] 이태훈, 《하늘이 내린 선물》(눈빛,2011)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이태훈 님이 내놓은 《하늘이 내린 선물》(눈빛,2011)을 읽습니다. 이태훈 님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사진가와 달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리 나라의 독특한 사계절의 특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욕만 앞섰지 항공촬영에 대한 지식도 없고, 요령도 없이 아주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촬영 후기).” 하고 책끝에 붙입니다. “몇 번의 실수를 반복하고, 하늘에서 보는 시각이 익숙해질 때 내 눈에 진정한 ‘한국의 미’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촬영 후기).” 하고도 이야기합니다.

 

 땅에 두 발 디디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하늘 높이 올라가 땅을 찬찬히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면 무척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더 너른 눈길을 다스리거나 더 깊은 생각길을 열 수 있어요. 사람들이 땅덩이에 이루려 하는 문명이나 문화가 얼마나 조그마하며 대수롭지 않은가 하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너른 자연과 견주어 사람들 도시란 얼마나 자그마하며 초라한가 하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사진책 《하늘이 내린 선물》을 여러 차례 곰곰이 읽습니다. 이 사진책에 나오는 “하늘이 내린 선물”은 열이면 아홉이나 열, 스물이면 열아홉이나 스물, 서른이면 스물여덟아홉쯤은 으레 ‘시골마을’ 모습입니다. 드문드문 도심지가 살짝 깃들기는 하지만, “하늘이 내린 선물”이로구나 하고 느낄 만한 모습을 담은 사진은 하나같이 ‘시골마을’이에요.

 

 밭에서 고구마를 거둔다든지, 논에서 일을 한다든지,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다든지, 이래저래 자연 넉넉한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퍽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은 매우 남다릅니다. 사람들 오가는 발자국이 이러하고 사람들 남기는 손자국이 저러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와 달리, 놀이공원에 ‘억지로 만든’ 꽃밭 모습은 그야말로 억지스럽구나 싶어요. 자연에 없는 모습을 억지로 꾸미잖아요. 자연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꽃을 억지로 만들어 한자리에 모으고는 예쁘장한 듯 선보이잖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멧자락 한 곳만 꾸준히 들여다보더라도 언제나 빛깔이 다르고 무늬가 다릅니다. 오대산이나 설악산이든, 계룡산이나 속리산이든, 남산이나 북한산이든, 한라산이나 무등산이든, 어느 산을 바라보더라도 철 따라 멧자락 빛깔이랑 무늬가 다릅니다. 사람들이 따로 나무를 심거나 꽃씨를 뿌리지 않아도, 들판과 멧자락은 자연 스스로 새빛 새무늬로 새모습 선보여요. 곧, 하늘이 내린 선물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하늘이 내린 선물”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갑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은 누리지 않으며 살아갑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든 정치나 경제를 밝힌다고 하든, 또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노래를 하든,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하늘이 내린 선물”을 스스로 안 찾고 스스로 안 누리며 스스로 안 느끼는 곳에서 살아갈 뿐입니다.

 

 문득 궁금합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을 받지 않고도, 내 가슴속에서 사랑을 펼쳐 보이며 널리 나눌 만한지 궁금합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을 누리지 않고도, 내 생각길은 드넓게 열리며 고운 꿈을 두루 펼칠 만한지 궁금합니다.

 

 

 

 사진책 《하늘이 내린 선물》에는 사진 옆에 덧말이 안 달립니다. 이태훈 님이 예전에 내놓은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21세기북스,2010)에는 사진 옆에 이럭저럭 덧말이 달렸습니다. 사진만 보아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느낄 테지만, 덧말을 읽어도 새롭게 이야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은 ‘하늘이 아닌 땅에 발을 딛고 찍은 사진’을 나란히 싣고, ‘한국에서 아름답다 여길 만한 곳’을 이모저모 알려주는 덧말을 싣는다 하겠습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은 굳이 덧말을 달지 않습니다. 사진 끄트머리에 ‘한국땅 어디’라고만 짤막히 붙입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을 여러 차례 넘기며 헤아립니다. 사진마다 한국땅 어디라는 짤막한 말조차 없어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이 사진이 무슨 도 무슨 군이라 하는 이름이 없어도 됩니다. 어디인지 모르고 사진을 보아도 됩니다. 대관령이면 어떻고 보성 차밭이면 어떻습니까. 고흥 여자만이든 순천이나 여수 갯벌이면 어떻습니까. 인천 앞바다 갯벌이어도 좋고, 안면도 갯벌이어도 좋아요. 이 사진을 들여다볼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아름다운 터’요, ‘바로 내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터’인 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대목을 가만히 보여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그러고 보면, 도시 한복판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할 때에는, 참말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글우글 어지럽게 얽히고 설키는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지요. 다리를 쉴 걸상 하나 없고, 눈을 쉴 들판이나 숲 한 뙈기 없으며,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느긋하게 맞아들일 빈터 하나 없는 도시 한복판이란, 사람들한테 얼마나 사랑스럽겠느냐고 되묻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어도 좋으리라 싶어요.

 

 

 

 

 선물이란 대단하지 않아요. 선물이란 참 작아요. 참 작으면서 커요. 참 작으면서 크고 사랑스러워요.

 

 선물이란 삶이에요. 내가 누리는 오늘 하루가 선물이에요.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식구를 이루어 한솥밥을 먹는 삶이 곧 선물이에요.

 

 어른 키높이에서 아이를 내려다봅니다. 아이 키높이에서 어른을 올려다봅니다. 아이를 안고 어른 키높이로 온누리를 바라봅니다. 어른이 무릎을 꿇고 아이 키높이로 온누리를 바라봅니다.

 

 널리 바라보는 눈길처럼 깊이 헤아리는 마음길로 살아갈 때에 즐겁습니다. 내가 누리는 이곳 이때가 얼마나 고마우며 사랑스러운가를 받아들이며 살아갈 때에 기쁩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온누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꿈을 사진으로 빚습니다. 내 보금자리 깃든 마을에서 아이랑 나란히 서서 땅을 내려다보며 봄을 맞이해 온 들판이랑 논둑에 피어나는 첫 봄꽃인 봄까치꽃 작은 보라빛 꽃망울을 사진으로 빚습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로 날마다 새 이야기를 누리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4345.3.6.불.ㅎㄲㅅㄱ)


― 하늘이 내린 선물 (이태훈 사진,눈빛 펴냄,2011.11.29./250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