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치마와 동백나무

 


 여름치마를 겨울에 입은 아이가 눈을 맞는다. 속에 옷을 따숩게 입었으니 여름치마를 걸친들 무엇이 대수랴. 아이는 이대로 잘 뛰어놀면 그만이다.

 

 그러고 보면, 여름 이야기를 겨울날 따순 방바닥에 이불 뒤집어쓰고 엎드려 읽기도 한다. 겨울 이야기를 무더운 여름날 부채질하며 나무 그늘에서 읽기도 한다.

 

 여름치마를 입은 시골마을 겨울아이가 동백나무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집어넣는다. 눈이 내리니 눈을 안 맞겠다며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래, 동백나무 가지 안쪽은 어떻디.

 

 동백나무 자라고 동백꽃 피는 전라남도 고흥에서는, 눈이 올 적마다 땅에 닿기 무섭게 녹는다. 아이 머리카락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되든 밭뙈기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되든 지붕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되든, 이내 사르르 녹는다.

 

 따스한 겨울 따스한 마음으로 따스한 하루를 누린다. (4345.2.22.물.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12-02-22 16:00   좋아요 0 | URL
동백나무 우산을 썼네요.^^
고흥에도 눈이 금방 녹나봐요.
전 경상도에만 눈이 녹는줄 알았어요.

숲노래 2012-02-23 08:12   좋아요 0 | URL
날이 워낙 폭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