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2.11.

 


 집에서 아이들이랑 복닥이는 나날이다 보니, 도서관으로 와서 책을 갈무리하는 겨를을 내기에는 만만하지 않다. 한 주에 한두 차례 도서관으로 와서 한두 시간쯤 책을 갈무리할 수 있으면 고맙다. 둘째가 스스로 걷고 뛸 무렵까지는 집에서 복닥이는 나날이 더 길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더욱이, 둘째가 스스로 걸을 무렵에는 뒤꼍 땅뙈기를 갈아엎어 푸성귀 심는 품을 많이 들여야겠지.

 

 아직 상자에 담긴 책이 많다. 겉에 아무 글을 안 적은 상자가 꽤 있어 하나하나 끌른다. 나중에 책꽂이 더 들인 다음에 끌릴 상자가 있고, 미처 알아보지 못해 뒤늦게 끌르는 상자가 있다. 어느덧 사진책, 어린이책, 그림책, 만화책, 교육책은 얼추 자리를 잡는다. 어디에 파묻혔나 싶던 책들이 나중에 끌르는 상자에서 하나둘 튀어나온다.

 

 사진책도 그렇지만, 만화책도 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만나기 참 힘들다. 어린이책은 꽤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받으니, 딱히 때를 놓칠 일이란 드물다. 사진책이나 만화책은 꽤 사랑받는다는 책마저 어느 결엔가 판이 끊어지거나 출판사가 사라지곤 한다. 그때그때 갖추어야 한다.

 

 흩어진 짝을 하나씩 찾으며 맞추다가, 이제 사라져 남은 짝을 찾을 길 없는 만화책을 쓰다듬다가, 내 곁에서 곱게 살아남은 만화책을 들여다보다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이 책들마다 어떤 삶 어떤 이야기 어떤 웃음 어떤 꿈이 깃들었을까. 우리 아이들하고 오래오래 나눌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은 이 만화책을 읽을 때에 어떤 사랑과 꿈과 이야기를 받아먹을 수 있을까.

 

 도서관에는 훌륭하다거나 좋다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책을 갖추어야겠지. 그런데, 훌륭하다거나 좋다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책만 갖추면 도서관 몫을 다 하는 셈일까. 어버이로서, 어른으로서, 이만큼 하면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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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실 때 엄청 나셨겠어요. 어느 정도 정리하시고 팔다리 안 쑤셨는지요?
저는 이제 책 모을 엄두가 안나요. 예전엔 절판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책은 나와는 인연이 아니다,란 생각을 가지고 살려고요^^
대단 하시긴 해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열정이 없으면 절대 못하는 일이죠.

숲노래 2012-02-21 17:42   좋아요 0 | URL
나른 책이 참 대단하기는 대단했어요.
그런 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기에
부디 이모저모 오래오래 뿌리내리며
살아가고 싶답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