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책읽기

 


 늦은 밤이 되어도 잠들지 않고 칭얼노래 부르는 두 아이를 데리고 뒤꼍으로 나와 ‘이렇게 깜깜하고 조용한 밤, 너희들 코 자야지. 자, 하늘에 있는 별을 좀 보렴.’ 하고 이야기하던 이레쯤 앞서 별똥별을 본다. 어어, 별똥별이네, 별똥별을 보면 마음속으로 한 가지를 빌라 했는데, 하고 생각할 무렵 스윽 하고 멧등성이 너머로 사라진다.

 

 그래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해 주셔요.’ 하는 한 마디를 마음속으로 빈다. 짧은 동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한 가지는 오직 이 하나 아닌가 싶다. 이도 저도 더 떠올리지 못한다. 아마, 다른 막바지에서도 이렇게 빌지 않을까. 국민학교 사학년 때였가, 고향마을 인천에서 저녁나절 어머니 심부름으로 가게에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별똥별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에도 ‘누군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해 주셔요.’ 하는 한 마디를 빌었다.

 

 아이들은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 혼자 보았다. 머잖아 아이들도 별똥별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 어머니도 곧 별똥별을 보리라 생각한다. 우리 시골집 밤하늘에는 별이 촘촘히 뜨니까, 이 너른 밤하늘을 등에 지고 살다 보면 별똥별이 예쁘게 찾아들리라 믿는다.

 

 곰곰이 떠올리면, 군대에서 보초를 서던 깊은 밤, 한 시간 사이 별똥별을 일곱이나 본 적 있다. 하늘이 넓게 트이고 뭇별로 반짝이는 곳이라면 어렵잖이 별똥별을 만난다고 느낀다. 하늘이 좁고 전깃불 번쩍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별똥별이 못 찾아들리라 생각한다. 달도 별도 없는데 별똥이 어떻게 있을까. 달도 별도 생각하지 않는데 별똥을 어찌 생각할까. 달도 별도 잊는데 별똥이 왜 찾아올까. 달도 별도 느끼지 않는데 별똥을 누가 느낄까.

 

 별똥별 바라보며 가슴이 찌릿 울린 적 있는 사람이라면 밤하늘 그림을 그릴 때에 한쪽 자리에 조그맣고 예쁘게 별똥 지나가는 발자국 담을 테지. 별똥 발자국 그리고 싶어 일부러 밤하늘을 그림으로 빚겠지. (4345.2.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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