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가는 마음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웁니다. 나는 자전거를 몹니다. 오늘 아침 바깥을 내다 보니, 빗줄기 그치고 햇살이 곱게 드리우기에, 우체국을 다녀올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신나게 복닥인 다음, 낮 네 시가 넘을 무렵 비로소 자전거를 몰며 면내 우체국으로 달립니다.
햇살은 맑고 밝지만 바람이 모질게 붑니다. 자전거가 휘청거립니다. 바람이 자전거 바퀴살을 훑으면서 내는 소리까지 되게 큽니다. 둘레 고마운 분한테 부칠 책을 봉투에 하나씩 넣어 우체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체국 나들이를 하는 날, 이렇게 모진 바람 부는 날씨라면, 이듬날로 미룰 만합니다. 그러나, 하루 늦추고 싶지 않아서, 또 이듬날이라고 바람이 잦아들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이 바람 고스란히 맞으면서 달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수레에서 잠듭니다. 바람이 너무 센 탓인지 앞으로 폭 숙인 채 잡니다. 자전거를 세웁니다. 수레 덮개를 내립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멍한 눈을 살짝 뜨다가 이내 감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맞바람을 아슬아슬 견딥니다. 옆지기가 밥과 국을 따뜻하게 덥혀 내줍니다. 따순 밥과 국을 먹으며 차갑게 식으려던 몸을 추스릅니다. 기운을 차리며 어깨를 폅니다. 내가 쓴 글을 담은 책이 사람들 마음자리에 따순 기운 불어넣는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4345.2.7.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