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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맘마 8
케라 에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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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랑으로 집안일 즐겨요
[만화책 즐겨읽기 109] 케라 에이코, 《아따맘마 (8)》
만화책 《아따맘마》(대원씨아이)를 그린 케라 에이코 님은 어느덧 마흔 줄을 넘깁니다. 케라 에이코 님은 혼인해서 옆지기랑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지, 아니면 혼자서 살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당신 어머니 아버지하고 한집에서 살아가는지, 아니면 제금나서 따로 살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아따맘마》는 만화쟁이 케라 에이코 님이 네 식구 복닥거리며 살아가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린 만화라 합니다. 이 만화를 읽으면,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주머니만 집에서 집일을 하고, 아버지나 나(오아리)나 동생(오동동)은 집에서 집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혼자 집일을 맡는 모습이 더없이 마땅하거나 자연스러운 듯 나와요. 아버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집일을 엉터리로 어지럽게 합니다. 나와 동생은 어머니를 거들며 집일을 나눌 줄 모르기도 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집일을 함께 하지 않아요.
- “콜록! 콜록! 뭐 하는 거야, 엄마!” “그러는 너야말로 뭐냐? 사람이 옆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조금은 도울 줄 알아야지! 방에 들어가면 청소 싹 해 둬!” (4쪽)
- “있잖아, 엄마. 돈이 조금 필요한데.” “뭐 사려고?” “저기. 아령.” “아령? 그걸 어디다 쓰려고?” “그런 건 묻지 마! 아무튼 다음달 용돈이라도 미리 줘.” “안 돼!” “뭐?” “뭐는 무슨! 그런 걸 들어올리느니, 차라리 집안일에 도움되는 다른 걸 들어올려! 뭐 하러 일부러 돈 들여서 고철덩어리를 사?” (20∼21쪽)
내가 어릴 적에는 집일을 얼마나 거들었는가 헤아립니다. 이를테면 쓰레기 버리는 일은 얼마나 기쁘게 했고, 마루나 방바닥 걸레질이라든지, 빨래하기나 빨래개기는 얼마나 즐거이 했는지 헤아립니다. 밥상에 반찬과 수저를 놓는 일이라든지 설거지는 얼마나 스스럼없이 했는지 헤아립니다.
내 어린 날, 적어도 만화책 《아따맘마》에 나오는 두 아이들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은 설거지를 곧잘 나서서 했고, 형이 먼저 소매 걷고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차, 이렇게 밥을 다 먹으면 어머니 일손을 덜도록 설거지를 해야 좋구나.’ 하고 깨닫곤 했습니다. 가끔가끔 어머니 드시라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 커피를 탄 적이 있지만, 그리 자주 하지는 못했습니다. 방을 말끔히 치우지 못해 늘 꾸지람을 들었고, 밖에 나가 노는 데에 바빠 어머니가 집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가를 잊곤 했습니다.
그래도 밥상에 반찬 올릴 줄 알고, 수저 놓을 줄 알았는데, 만화책 《아따맘마》를 보면, 이 집 아이들은 그야말로 아무것 하지 않아요.
아, 이럴 수도 있을까, 참말 이런 집이 있나 싶다가도, 그래 이러한 집이 아예 없지는 않잖아, 하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또 다른 어느 나라이든, 어머니 아버지가 어린 나날부터 아이들과 함께 복닥이면서 집일을 함께 즐거이 나누고, 서로 도우며 해 버릇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열다섯 살이 되건 열여덟 살이 되건 밥을 하거나 반찬을 마련하지 못해요.
- “앗, 아빠!” “비닐봉투를 여기다 버리면 어떡해? 분리수거 해야지.” “타잖아.” “안 타! 다이옥신이 나온다고!” “나오는 거 봤어?” “뭐?” “그럼 수고해.” “앗! 우씨! 자기 멋대로!” (29쪽)
- “후아, 개운하다. 역시 목욕이 최고야.” “아리! 다 보이잖아!” “목욕하고 나면 왜 세상이 장밋빛으로 변할까?” “됐으니까 옷이나 입어!” (69쪽)
아이들은 참 철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꽤나 철이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퍽 덜렁댄다 하는데, 덜렁대는 몸가짐이면서 집일을 무척 씩씩하게 꾸립니다. 자전거를 몰아 장을 보고 은행을 들릅니다. 네 식구 이불을 다부지게 걷어 해바라기를 하고 옷을 빨며, 밥을 차립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여덟 시간 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여덟 시간 공부하겠지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으로 억지스레 학교에 붙들어 매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머니는 집에서 하루 여덟 시간이 아니라, 하루 내내 일을 합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맨 먼저 밥을 해서 도시락을 쌉니다. 도시락을 싸면서 아침을 차립니다. 아침을 차리면서 식구들을 깨웁니다. 식구들을 깨워 옷을 챙기고 짐을 꾸립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 식구들이니 아침을 먹고 난 설거지를 할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식구들이 회사와 학교로 가면, 지난밤 벗은 옷가지를 그러모아 빨래를 하고 집안을 쓸고 닦습니다. 한숨을 돌릴 무렵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하고, 혼자 밥을 차려 먹고 나서 저녁거리 장보기를 하며, 은행일이라든지 바깥 볼일을 봅니다. 이에 앞서 이불과 빨래를 해바라기 시키고, 바깥 볼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라치면 바지런히 저녁을 차립니다. 이 사이에 이웃 아주머니하고 짤막하게나마 수다꽃을 피워요. 수다꽃을 피울 즈음 두 아이(아리, 동동)가 집으로 돌아오겠지요.
지구별 웬만한 문명사회에서는 어머니라는 자리에 서는 여자가 집일을 도맡도록 합니다. 지구별 웬만한 문명사회와 도시에서는 아버지라는 자리에 서는 남자가 집일을 도맡는 일이 드물 뿐 아니라, 조금이나마 거드는 일 또한 드뭅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일을 나누어 맡지 않기 일쑤예요. 여기에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아이를 돌보는 몫까지 고스란히 여자가 맡아요.
- “상지야! 그 지갑 진짜 루이비통이야?” “으응. 엄마가 이왕이면 좋은 걸로 들고 다니라고.” “우워어어어어! 엄마가 사 줬다고? 좋겠다. 우리 집에선 꿈도 못 꾸는데!” “그래? 우리 엄만 ‘명품을 갖고 다녀야 사람이 있어’ 보인대.” (80쪽)
- “오늘은 왠지 된장국이 맛있는데?” “응?” “맛이 달라? 오늘은 새로 산 된장으로 끓였거든. ‘제일 싼’ 된장이 떨어져서, 할 수 없이 200원 더 비싼 걸로 샀지 뭐니.” “헤엣, 역시 비싼 게 맛있구나. 꼴랑 200원 차이로 맛이 이렇게 다르다면, 다음에도 이 된장으로 사.” “어허! 버릇을 그렇게 들이면 안 돼!” “또 뭔 소리야?” “비싼 걸 먹어 버릇하면 싼 걸 못 먹게 되거든. 비싼 건 눈의 독! 혀의 독! 사람은 말야, 한 번 생활수준을 높이면 다시는 예전 생활로는 되돌아갈 수 없어! 그러니까 의식주는 항상 최저 수준을 유지해야 돼. 어릴 때부터 호의호식하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니까! 이게 내가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아니겠어?” (81∼82쪽)
오늘날 물질문명 도시살이에서 여자라는 어머니가 맡은 짐과 몫은 너무 큽니다. 그런데, 여자라는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제금나는 때까지, 또 제금나서 아버지하고 마지막 날까지 살아가는 동안, 참말 씩씩하고 다부지게 집일을 합니다. 하루 온통 바치는 집일을 그야말로 당차고 훌륭히 합니다.
남자라는 아버지가 집일을 맡아서 한다면 우리 삶터는 어떻게 될까요. 남자들이 하루 열네 시간이나 열여섯 시간쯤 집일을 날마다 ‘일요일 공휴일 휴일 주말’ 없이 할 뿐 아니라, 명절이면 더욱더 고된 집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자들 가운데 ‘뻥 하고 터지지’ 않으면서 싱그레 웃는 아버지는 얼마나 있을까요.
만화책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덜렁대는 몸가짐이라 하지만, 참 잘 웃고 잘 노래합니다. 참 따스하고 너그러이 집식구를 보살핍니다. 아이들 앞에서 꽥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괜스레 트집을 잡기도 하지만, 아주머니는 참으로 싹싹하면서 살가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래, 이러한 아주머니이니까 네 식구 날마다 복닥복닥 재미나게 이야기꽃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지치지 않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며, 스스로 고달프지 않기에, 이렇게 집식구들을 따숩게 사랑하는 나날을 누리는구나 싶어요.
- “아리야! 오늘은 화장품 매장 직원이 ‘주름 하나 없으시네요’ 하고 깜짝 놀라는 거 있지.” “으이그. 그거야 끊임없이 살이 찌니까 그렇지. 피부가 계속 늘어나서 그런 거야, 엄마는!” “하아. 아리야, 그렇게 부정적으로 살면,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진단다.” (114쪽)
- “아리! 신발 가지런히 놓으라니까!” “뭐야? 오늘은 제대로 해 놨잖아! 괜히 그래.” “헉. ……. 그, 그럼, 내일은 똑바로 벗어 놓지 않으려고 했지?” “뭐?” (118쪽)
집일을 하는 내 얼굴에는 얼마나 웃음이 감도는가 곰곰이 돌아봅니다. 내가 나 살아가는 모습을 내 코앞에서 훤히 들여다본다면 내 하루하루가 얼마나 부끄러울까 생각합니다. 내가 내 말마디와 몸짓을 코앞에서 똑똑히 바라본다면, 내가 우리 집식구들하고 어떠한 몸가짐으로 마주할까 하고 헤아립니다.
좋은 사랑으로 집안일 즐겨야지요. 좋은 사랑으로 내 일을 아껴야지요. 좋은 사랑으로 집식구 모두를 껴안아야지요. 좋은 사랑으로 내 하루 고마이 맞아들여야지요.
만화쟁이 케라 에이코 님 어머님은 남다르거나 대단한 분이 아닙니다. 참 수수한 여느 어머님입니다. 이 땅 이 지구별 어머님들 누구한테서나 엿볼 만한 모습이라고 느껴요. 좋은 어머니요, 좋은 집식구요, 좋은 삶동무예요. 좋은 사랑 한결같이 받아먹으면서 자랐기에, 만화책 《아따맘마》, 그러니까 한국말로 하자면 “우리 엄마(일본책 이름은 ‘우리 집’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겠지요. (4345.1.19.나무.ㅎㄲㅅㄱ)
― 아따맘마 8 (케라 에이코 글·그림,이정화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5.10.30./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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