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 - 3~8세, 개정판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2
주디스 커 글.그림, 최정선 옮김 / 보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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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생긴 고양이는 못생겨서 예쁘구나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22] 주디스 커,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보림,2000)

 


 주디스 커 님 그림책을 세 권째 읽습니다.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보림,2000)를 읽는 동안 줄거리와 얼거리 모두 《친구 거위 찰리》(문학사상사,2003)하고 닮았다고 깨닫습니다.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는 1970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이라 하고, 《친구 거위 찰리》는 2001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이라 합니다. 서른한 해를 지나는 사이, 주인공이 고양이에서 거위로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서로 엇비슷합니다. 다만, 그림결로 보았을 때 고양이 모그 이야기는 퍽 투박하면서 수수하고, 거위 찰리 이야기는 퍽 정갈하면서 가지런합니다.

 

 두 가지 그림책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림책 그리기를 서른한 해 넘게 이으면서 엇비슷하다 싶은 작품이 두엇 또는 여럿 나올 만합니다(주디스 커Judith Kerr 님은 서른한 해가 아니라 훨씬 오래 그림을 그렸어요. 1923년에 태어나 여든아홉 살이니까요.).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 또한 엇비슷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주인공만 달리 하면서 한결같다 싶은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어요. 꼭 이야기 틀거리가 다르거나 새롭게 짜야 하지는 않거든요.


.. 한쪽 발을 닦다가 잠깐 딴생각을 하잖아요. 그럼 모그는 다른 쪽 발을 닦는 걸 깜빡 잊어버려요. 한번은요, 고양이는 날지 못한다는 걸 잊어버린 적도 있어요 ..  (6쪽)


 두 가지 그림책을 나란히 놓고 살필 때에 한 가지 재미난 대목이 있습니다. 다른 집은 어떠한가 모르겠으나, 우리 집에서는 올해로 다섯 살로 넘어선 첫째 아이가 《친구 거위 찰리》는 그닥 재미나게 들여다보지 않아요. 한 번 넘기고는 다시 돌아보지 않아요.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는 수없이 넘기고는 또 보고 다시 들여다봐요.

 

 주디스 커 님이 그림책을 그린 삶자락을 돌아본다면, 1970년하고 견주어 2001년이 한결 발돋움하면서 새로 거듭난다 할 만하지만, 우리 집 아이는 옛 그림책에 더 눈길이 가는구나 싶어요.

 

 어쩌면, 거위보다 고양이를 둘레에서 쉬 마주하니까 한결 낯익은 고양이 그림책이 재미날는지 모릅니다. 네 식구랑 고양이가 부대끼는 모그 이야기가 거위 찰리 이야기보다 더 살가운지 모릅니다.

 

 두 그림책을 함께 살핀 어버이 눈길을 생각합니다. 나는 두 그림책 가운데 거위 찰리 이야기는 좀 처진다고 느낍니다. 엇비슷한 줄거리나 얼거리이기 때문에 처진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림결은 한결 정갈하고 가지런하지만,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나누려는 사랑내음과 사랑빛깔은 1970년 작품 고양이 모그 이야기가 퍽 따사로우면서 포근해요. 군더더기 많고 꽤 어설프다 싶은 그림결인 1970년 작품 고양이 모그인데, 투박하며 수수한 그림결이 오히려 이 이야기에 걸맞구나 싶어요.

 

 주디스 커 님 다른 그림책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에서도 ‘그리 대단하지 못한 이야기’를 놓고 참 예쁘며 사랑스레 그림결을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아주 돋보이는 그림감을 다룬대서 더 돋보이는 그림책이 되지 않아요. 더 남다르다 싶은 그림감이라든지, 우리 삶터 아프거나 힘들거나 고단한 이야기를 다루어야 훌륭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그림책이 되지 않아요.

 

 다루는 마음결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보듬는 손길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바라보는 눈길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품에 안는 사랑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 결국 모그는 부엌창 문턱에 올라앉아서 야옹야옹 울어요. 누가 집안에 들여보내 줄 때까지요. 나중에 보면 모그가 어디 앉아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어요. 그것 때문에 (아버지) 토마스 씨는 늘 속상했어요 ..  (10∼11쪽)


 그러고 보면, 고양이 모그는 ‘깜박깜박 잘 잊는’다고 해요. 어찌 보면 좀 바보스럽다 할 만하고, 어찌 보면 꽤 어리석거나 굼뜨거나 몸 어딘가 아픈 고양이라 할 만해요. 흔한 말로, 다부지거나 씩씩하거나 튼튼하거나 예쁘장하거나 멋스러운 고양이하고는 동떨어져요. 고양이는 풀숲을 거닐면서 꽃잎 하나 밟지 않는다고 하고, 발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지만,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에 나오는 고양이 모그는 영 딴판이에요. 엉터리 고양이라 할 만하고, 어설픈 고양이라 할 만하며, 그야말로 뚱딴지 같은 고양이라 할 만해요. 모그한테 밥을 주는 네 식구는 끝끝내 ‘너한테 참말 질렸어. 이 성가신 고양이야!’ 하고 꽥 소리를 지르고 말아요.


.. 모그는 아주 졸렸어요. 모그는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곳을 찾아서 잠을 잤지요. 모그는 아주 흐뭇한 꿈을 꾸었어요. 꿈에 모그한테 날개가 생긴 거예요 ..  (20쪽)


 사람 말을 하지 않고 고양이 말을 하는 모그는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든 말든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으로는 느낍니다.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며 어떻게 마주하거나 어떤 몸짓을 보여주는가를 온몸과 온마음으로 사무치게 느낍니다.

 

 바보스러운 짓을 저지르니까 넌 참 바보야 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틀린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바보스러운 짓을 저질러 넌 참 바보야 하고 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밥을 안 주거나 깔보거나 등돌리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호박씨를 깐다면 너무 슬퍼요.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하면 참 아파요.

 

 힘이 여린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가 있으면 마땅히 도와요. 힘이 여린 아이한테 무거운 짐을 들라 할 수 없어요. 한 살 두 살 어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대서 꾸짖을 수 없어요. 물잔이나 밥그릇이나 접시를 깨뜨린대서 나무랄 수 없어요. 고양이 모그가 엄마 모자를 찌그러뜨렸대서, 잠자는 누나 등허리에 올라타서 숨막히게 눌렀대서, 아버지 어머니가 아끼는 꽃밭을 망가뜨렸대서, 고양이 모그를 성가시게 여기거나 따돌릴 수 없어요. 더 사랑할 길을 생각하고, 깊이 사랑할 길을 헤아리며, 따스히 사랑할 길을 찾아야 즐거운 삶이에요.


.. 모그는 방을 빠져나와서 집안을 가로질러서 고양이 문으로 나갔어요. 모그는 아주 슬펐지요. 마당은 어두컴컴했어요. 집안도 어두컴컴했고요. 모그는 어두컴컴한 데 앉아서 어두컴컴한 생각만 했어요. 모그는 생각했지. “아무도 나를 안 좋아해. 모두 다 쿨쿨 잠만 자. 나를 집안에 들여보내 줄 사람도 없어. 게다가 저녁밥도 안 주었어.” ..  (32쪽)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 있어 아이한테 잘못했어, 미안해, 하고 말하면,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웃습니다. 아버지 또한 아이가 잘못한 일을 바라보며 괜찮아, 괜찮은걸, 하고 말하면, 아이는 싱긋 웃으면서 멋쩍은 몸가짐을 훌훌 털겠지요.

 

 서로서로 더 어루만지면서 얼싸안는 사랑을 헤아리면 좋겠어요. 따사로이 품에 안고 따뜻하게 손길 쓰다듬는 사랑을 나누면 좋겠어요. 너그러이 고개를 끄덕이고 넉넉하게 활짝 웃는 삶을 다 함께 누리면 좋겠어요.

 

 무슨 대단한 일을 이루어야 손뼉을 치면서 추켜세우지는 말아요. 하잘것없거나 보잘것없거나 하찮다 싶은 일을 하더라도 빙그레 웃으면서 살가이 손을 잡아요. 어떤 놀라운 일을 이루어야 무등을 태우며 올려세우지는 말아요. 아무것 하는 일이 없더라도 저마다 얼마나 곱고 좋은 목숨이자 꿈인가를 살피며 예쁘게 두 손 맞잡아요. (4345.1.10.불.ㅎㄲㅅㄱ)


―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 (주디스 커 글·그림,최정선 옮김,보림 펴냄,20003.1.5./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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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0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안해, 아 괜찮아 라고 말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걸까요.
가족이란게 그러면서 함께하는건데 말이죠. 요즘, 제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분들 일 때문에 슬퍼져요... ^^

된장님 댁에서 힘 얻어가구요.

숲노래 2012-01-11 06:01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고맙게 받아들여 누리시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