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 김근태 삶

 


 네 식구 함께 읍내마실을 한다. 신호리 동백마을 앞을 두 시간에 한 차례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잡아탄다. 어른 두 사람 버스삯 3000원을 낸다. 마지막 역인 읍내 버스역에 닿아 내린다. 읍내 하나로마트로 걸어가다가 길가 한쪽에 붙은 걸개천을 바라본다.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삶을 추모합니다.”

 이 길을 걸어서 오갈 고흥읍 사람은 몇쯤 될까. 사람들 많이 걸어다니는 읍내 한복판 아닌, 읍내 변두리라 할 만한 자리에 붙은 걸개천을 얼마나 많은 군민이 들여다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나처럼 누군가 이 걸개천을 올려다볼 테지. 오래오래 나부낄 걸개천을 가만히 바라보겠지.

 

 흔하게 붙는 걸개천이라 여기며 지나칠 만하지만, “김근태를 기립니다”가 아니라 “김근태 삶을 기립니다”라 적은 글월이기에 사진기를 들어 한 장 담는다. 내가 내 어버이를 기린다 할 때에는 내 어버이한테서 보일 어떤 모습을 기릴까. 내 어버이 목숨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 몸뚱이를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남긴 돈이나 빚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남긴 집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일군 삶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빚은 말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나눈 사랑을 기리는가.

 

 나는 내 삶을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누리고 싶다. 나는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 삶 모두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민주 운동을 하던 김근태라는 사람이 아닌, 민주 운동을 삶으로 풀어내던 김근태라는 사람이었다고 믿는다. 나는 내 일과 내 살붙이와 내 글과 내 책살림, 여기에 앞으로 일구려 하는 집숲을 내 삶으로 녹여내어 사랑하고 싶다. (4345.1.9.달.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고양이 2012-01-10 19:25   좋아요 0 | URL
마지막 글월, 너무 마음에 와닿아요.

제 삶으로 풀어내려는거, 제 삶에 녹여내려는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된장님, 저는 된장님의 삶에 대한 고집을 존경합니다.

숲노래 2012-01-11 16:59   좋아요 0 | URL
삶으로 녹이면
어떠한 일이든
아름다이 빛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