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글쓰기
이웃과 동무가 손전화 쪽글로 새해인사를 띄운다. 나는 어느 누구한테도 먼저 새해인사를 띄우지 못했다. 아니, 새해라고 느낄 겨를이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내 어버이한테도 옆지기 어버이한테도 전화를 걸지 못했다. 이곳저곳 인사할 어른이 있으나 아무한테도 인사를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마을 어른한테조차 인사를 다니지 못하고, 오늘은 아침과 낮에 서너 시간 즈음 자리에 드러누워 보냈다.
날마다 어김없이 맞이하는 삶이라고 여기기에 딱히 새해 첫날이든 태어난 날이든 무슨무슨 날이든 더 기리거나 헤아리지 않으며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퍽 어린 나날부터 나 태어난 날이든 무슨무슨 날이든 그닥 기리거나 헤아리지 않았다고 느낀다.
내 어버이 두 분부터 무슨무슨 날이라 해서 옳게 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명절이나 제사가 닥치면 여러 날 설밥이며 한가위밥이며 제사밥이며 장만하느라 허리가 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심부름을 했기 때문일까.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보람 하나를 오래도록 놓거나 놓친 채 한 해 두 해 보내며 서른여덟을 맞이했는지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한테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보람을 옳게 물려주지 못하는지 모른다. 아버지 몸이 고단하다는 빌미를 들어, 이 아이들이 조금 더 넓거나 깊게 이웃과 동무를 사귀면서 인사하는 매무새를 들이도록 이끌지 못한다 할 수 있다.
새해인사를 하자면 몸부터 튼튼하고 씩씩해야 하는구나. 새해인사를 하자면 하루하루 새롭게 되새기며 고마이 여길 줄 알아야 하는구나. 새해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날마다 기쁜 빛과 사랑을 한가득 누리는 사람이구나. (4345.1.2.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