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책읽기

 


 동짓날 팥죽을 쑤려고 아침 일찍부터 팥을 불린다. 저녁에 팥죽을 아이랑 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낮밥을 먹을 무렵 마을방송으로 마을회관에 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마을회관으로 아이들과 찾아가니까 다들 팥죽을 먹는다고 했다.

 

 한 그릇, 두 그릇, 세 그릇 먹는다. 더 먹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다가, 세 그릇째 비우니 배가 퍽 부르다. 마을 할머니들은 한 분씩 마을회관 방바닥에 드러눕는다. 누운 채 우리 집 두 아이랑 놀아 주시고, 서로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한쪽에 조용히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리 멀지 않던 옛날에도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렇게 모여 동짓날 팥죽을 나누었을까. 아니, 그리 멀지 않던 옛날에는 당신 딸아들이 모두 시골마을에서 함께 살았을 테니, 집집마다 팥죽을 쑤어 저마다 다 다른 맛을 뽐내며 즐겼을 테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이웃집으로 다니면서 팥죽을 건네고, 또 마실을 다니면서 이야기꽃을 피웠겠지. 젊은이와 아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며 자취를 감추면서, 이렇게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로서로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겠지.

 

 동짓날 밤은 그야말로 캄캄하다. 참말 별 하나 보기 힘들다. 가장 밝은 별 하나 꽤 흐릿하게 보인다.

 

 동짓날을 하루 지내고 이틀째 지내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동짓날에서 고작 이틀 지났을 뿐인데 밤하늘 별이 몹시 밝다. 이 별빛이 모두 나한테 내려온다. 별자리는 모르겠으나 별빛은 느낄 수 있다. 이제부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겠지. 이제부터 올 한 해 즐거이 마무리짓는 일이 남는구나. 시골에서 살아가니까 별자리책 하나 장만해서 읽을 만하달 수 있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이 별과 저 별을 사이좋게 이으면서 내 별자리를 그린다. (4344.12.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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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2-25 23:29   좋아요 0 | URL
ㅎㅎ 동짓날 팥죽을 맛있게 드셨나 보네요.저도 만나게 한그릇 다 먹었답니다^^

숲노래 2011-12-26 00:35   좋아요 0 | URL
뜻밖에 마을 어르신들한테 대접을 받았어요.
집식구도 함께 잘 먹으며
고마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