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책을 읽는 삶

 


 낯을 찡그리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찡그린 얼굴을 듬뿍 보여줍니다. 보드라이 웃음꽃 속삭이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보드라운 웃음꽃을 잔뜩 보여줍니다. 저녁이 깊어지니 이제 더는 몸을 못 버티겠구나 생각하며 자리에 드러눕습니다. 갓난쟁이 둘째를 내 배에 올려놓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함께 놀기에는 몸이 힘드니까, 드러누워서 갓난쟁이 둘째를 비행기 태웁니다. 좋다며 입을 쩍쩍 벌리는 아이는 까르르 웃습니다. 비행기 태우던 아버지는 몸이 찌뿌둥한 줄 잊습니다. 이렇게 좋아라 하며 웃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몸이며 마음이며 어떠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시계로 따지면 퍽 늦었으니 아이들이 자야 할 때라고 여깁니다. 둘째를 포대기로 업습니다. 바깥으로 나옵니다. 퍽 따스한 밤입니다. 업힌 아이한테 말을 겁니다. 이렇게 캄캄한 밤이잖니, 달빛 밝고 별빛 밝은 밤인데, 너희들 어서 자야 하지 않겠니, 중얼중얼 뇌까립니다. 그러나 업힌 아기는 아버지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꾹꾹 잡아당깁니다. 보아 하니 더 놀겠다는 투입니다.

 

 첫째 아이 또한 두 눈에 졸음 가득인데 좀처럼 잠자리에 누울 생각을 안 합니다. 방에 아직 불을 켜고, 어머니는 아직 뜨개질을 하며, 동생 또한 잠들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잠들려던 동생은 첫째 아이가 깨웠어요. 잠들어서 새근새근 토닥일 즈음 첫째 아이가 떠드는 바람에 깼어요.

 

 부엌을 치우고, 첫째 아이 입과 낯과 손을 물로 씻깁니다. 첫째 아이가 늦은 저녁에 감을 먹고 싶다며 손에 쥡니다. 아버지는 그만 얼른 내려놔, 이렇게 늦었는데 무얼 먹니, 아침에 일어나면 줄게, 하고 빽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는 눈앞에 감이 보여 집었을 뿐인데 아버지는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가 울먹입니다. 울먹이며 어머니한테 갑니다. 울먹이는 아이를 불러 쉬를 누입니다. 이대로 잠자리로 가면 틀림없이 쉬 마려워, 물 마실래, 하면서 다시 불을 켜고 일어나게 하거든요.

 

 아이들과 어머니와 아버지가 잠자리에 듭니다. 불을 끕니다. 어떻게 생각하든 아버지가 잘못했습니다.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나즈막히 말합니다. 내 거친 손으로 아이 볼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건넵니다. 이 착하고 예쁜 아이한테 아버지가 아버지 노릇을 옳게 못하는 일을 뉘우치며 새 아침에는 씩씩하고 어여쁜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좋은 삶을 누리는 아버지일 때에 좋은 책을 읽는 아버지이고, 좋은 책을 읽는 아버지일 때에 아이한테 굳이 책 하나 내밀지 않는 아버지이며, 아이한테 굳이 책 하나 내밀지 않는 아버지일 때에 우리 집 살림살이 알뜰살뜰 여밀 수 있어요. (4344.12.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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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20 16:52   좋아요 0 | URL
감 먹고 싶다고 하건가요? 그런데 된장님께서 소리를 지르셨다구요?
아하하, 저 그 모습이 잘 떠오르질 않는걸요. 항상 잔잔하게 글을 쓰셔서.

자는 모습 참 이쁘네요, 첫째 아가씨.

숲노래 2011-12-20 17:21   좋아요 0 | URL
자야 할 때에 먹겠다고 하니까요 @.@

에구궁....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