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줍다
간밤에 눈이 내렸다. 언제 내렸을까. 새벽 너덧 시에 내다 볼 때에 벌써 눈이 쌓였을까. 글쎄, 서너 시까지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마당에 눈이 얇게 깔렸다.
전라남도 고흥에서는 눈을 구경하기 참 힘들다고 했는데, 뜻밖에 처음으로 눈을 구경한다. 다른 시골에는 눈이 제법 쌓였을까. 멧골마을은 꽁꽁 갇히도록 눈이 내렸을는지 모른다. 내 어버이 살아가는 음성 시골집에도 눈이 펑펑 내렸을 수 있다.
아이가 마당으로 나간다. 혼자 커다란 비를 들어서 쓰는 시늉을 한다. 가만히 바라보면, 쓰는 시늉만 하지는 않는다. 고 비로 마당에 아주 얇게 쌓인 눈을 쓴다. 그런데말야, 아이야, 이만 한 눈은 안 쓸어도 금세 녹는단다.
한참 비를 들고 놀던 아이는 이제 맨손으로 눈을 쓸어서 모은다. 조물조물 조물락거리며 작은 손바닥에 작은 눈덩이를 얹어서 방으로 들어와 보여준다. “눈이가 저기 있어요. 눈이가 차가워요.”
지난겨울에는 눈 내린 날 얼마나 추운가를 뼈저리게 느꼈을 텐데, 올겨울에는 눈을 주우면서 논다. 지난겨울 멧골집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끝없이 쓰는 아버지를 으레 보았기에 아주 얇게 깔린 눈을 비질하며 놀려 했겠지. 야무지구나. (4344.12.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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