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함께 읽는 책
따지고 보면 넷이 함께 읽는 책이다. 그러나 넷째 사람은 으레 슬그머니 빠져나와 사진기를 손에 쥔다. 셋이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적바림한다. 넷째 사람은 함께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우리 세 사람이 살가이 책을 읽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마음이 부르니까.
둘째가 스스로 설 줄 알 뿐 아니라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을 줄 알 때에는, 넷이 함께 흙땅을 박차면서 씨앗을 심고 풀을 뜯으며 나무를 쓰다듬겠지. 이때에는 넷이 함께 흙과 풀을 쓰다듬을 텐데, 이때에도 틀림없이 넷째 사람은 살그머니 빠져나와 사진기를 손에 들리라. 셋이 함께 흙과 풀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적바림하리라. 넷째 사람은 함께 흙과 풀을 보듬지 못하더라도, 우리 세 사람이 사랑스레 흙과 풀을 돌보는 모습을 빙긋이 웃으며 쳐다보는 동안 마음이 벅찰 테니까. (4344.12.15.나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