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큰아버지랑

 


 아이들 큰아버지, 곧 내 형이 여러 날 머물다 돌아갔다. 형이 머문 여러 날이 꿈처럼 지나갔다. 하루를 더 묵으려나, 하루를 더 지내려나, 하고 날마다 생각했다. 첫째 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뽀르르 끝방으로 달려간다. 저 녀석,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구나, 그럴 만하겠지? 나도 내 어린 날, 우리 집 찾아온 작은아버지들을 바라고, 또 우리 식구가 마실을 간 시골집 형 누나 어른들을 기다리며 잠을 좀처럼 못 들지 않았나 하고 떠올린다.

 

 이제 형이 돌아갈 때가 되어, 파노라마사진기를 한쪽 어깨에 걸고 동구 밖으로 나온다. 추운 날씨에 바지 안 입겠다며 버티던 첫째 아이는 꺼이꺼이 울다가 겨우 바지를 입는다. 큰아버지 품에 안긴다. 사진 몇 장을 남긴다. 하나·둘·셋 하고 외지 않고 찍은 사진이어서라기보다, 디지털사진에는 두 사람이 눈을 감았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알아채지 못했다. 필름사진에는 어떻게 남았을까.

 

 책을 갈무리하자면 한참 멀지 않았으랴 싶은 도서관에 함께 찾아가서 돌아보고 버스 타는 데로 나오며 다시 사진을 찍는다. 아이는 강아지풀과 억새풀을 꺾고 논다.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방긋 웃는다. 그런데, 아이는 언제나처럼 눈을 말짱 뜨지만 큰아버지는 또 눈을 감았다. 내가 사진을 찍으며 아이만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이를 더 느끼고 큰아버지는 덜 느꼈기 때문일까.

 

 어쩌나, 이 사진을 뽑아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깊은 밤에 나 홀로 피식 웃음이 터진다. 그러고 보니,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 사람들이 필름으로만 사진을 찍던 때, 사진을 찍을 때에 ‘눈을 감았나’ 하고 생각하지 못하고는 다들 사진을 그냥 찍고는 그냥 종이로 뽑아 ‘어라, 눈을 감았네’ 하고는 놀라며 깔깔 하하 호호 하고 웃었다. 눈을 안 감았으면 참 좋았다고 여기지만, 눈을 감았어도 그때 그곳 우리 이야기를 곱게 간수할 수 있다. 아이들 큰아버지는, 그러니까 우리 형은 따뜻한 봄철에 또 먼 마실을 오겠지. (4344.12.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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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15 16: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로 보고 삭제하지만
예전에는 사진 찍으면, 꼭 누구 하나는 눈감고 나오고 그랬어요.. ^^

파란놀 2011-12-15 18:17   좋아요 0 | URL
눈 감고 찍히는 사진은
눈 감은 사람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외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