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순이


 보금자리를 새터로 옮길 무렵 자그마한 디지털사진기 하나 새로 장만했다. 작은 디지털사진기는 오직 우리 네 살 아이가 신나게 갖고 놀도록 마련한 선물이었다. 새 보금자리 찾으러 집을 비우는 날이 잦을밖에 없는 아버지인 터라, 아버지가 집을 비우면 아버지는 아버지 사진기를 갖고 나가니까, 집에 있는 동안 동생 모습을 예쁘게 찍으며 놀기를 바랐다.

 네 살 아이는 제 사진기보다는 아버지 사진기를 더 좋아한다. 아버지 사진기 못지않게 어머니 손전화랑 아버지 손전화로 사진찍기를 더 즐긴다. 아이 둘레에 이들 사진기나 손전화가 보이기 때문에, 아이로서는 더 손을 뻗고 더 만지작거리며 더 마음을 쏟겠지.

 밥쓰레기를 묻으러 땅에 구덩이를 판다든지, 무너진 돌울타리 쌓으려고 흙을 파서 큰돌을 캐낸다든지 할 때면, 아이는 어느새 아버지 곁으로 다가와 노래부르면서 논다. 놀며 제가 들 만한 돌을 들어 날라 오기도 한다.

 한 달을 지나 2012년이 되면 다섯 살이 될 아이를 놓고 곰곰이 생각한다. 이 아이는 새해에 말을 더 잘할 테며 더 신나게 뛰어놀고플 테지. 이 아이하고 새해에는 어떤 놀이 어떤 일 어떤 심부름 어떤 삶을 일구어야 즐거울까.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마당을 아이랑 함께 거닐었다. 음성 할머니가 우리 마당가 꽃밭에 돋은 가느다란 풀줄기를 바라보며 “달래도 있네. 달래 알아?” 하고 말씀하신다. 저녁에는 설렁하지만 낮에는 포근한 우리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벌써 달래가 돋을까. 달래줄기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무 씨앗을 이 꽃밭자락에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지난가을 주워서 그러모았던 도토리 몇 알 이 둘레에 심으면 씩씩하게 뿌리내리면서 아름드리 참나무로 자라 주려나. 우리 사진순이랑 나무씨를 심고 싶다. (4344.11.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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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1-27 21:40   좋아요 0 | URL
어이쿠. 저어기 방문..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요. 흐흐흐

숲노래 2011-11-28 06:45   좋아요 0 | URL
힘들다는 핑계로 새로 바르지 못한 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