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마음


 자전거를 타면서 찻삯 들 걱정이 없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참 자전거를 달려 볼일을 다 볼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을 때에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오늘 하루 바깥 볼일을 보면서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나 돌아볼 때에도 깨닫지 못합니다. 숨을 돌리고 밥을 먹고 아이를 씻기고 아이를 재우고 새벽녘 조용히 일어나 글쓰기를 할 무렵 시나브로 생각하면서 깨닫습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면에 다녀오자면 찻삯으로 1300원을 내던가, 잘 모르겠습니다. 읍에 나갈 때에는 군내버스 찻삯이 1500원인데 면까지 가면서 버스를 타지는 않으니 참 모르겠습니다. 면에 나갈 때에는 늘 자전거만 탔어요.

 면에서 택시를 타고 동백마을 시골집으로 돌아오자면 4000원을 치릅니다. 시골집과 도화면 사이는 2.1킬로미터. 네 살 아이와 아주 천천히 동네마실 하며 걸어갔더니 한 시간 십 분 걸립니다. 이 길을 자전거로 슬금슬금 달리면, 하늘하늘 에돌아 달려도 십 분이면 너끈합니다. 1킬로미터를 5분에 달리는 셈이라면 그야말로 아주 천천히 달리는 노릇일 테니까요.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두발자전거에 탈 나이가 된다면, 1킬로미터를 10분에 걸쳐 달려야 알맞겠지요. 앞으로 예닐곱 해쯤 뒤, 네 식구가 자전거 넉 대를 저마다 신나게 타고 면내마실을 할 수 있다면, 참 볼 만하면서 재미나겠구나 싶습니다.

 논둑길을 달릴 수 있고, 멧골길을 달려도 됩니다. 마을길을 거친다든지 바닷가길을 달려도 좋아요. 자전거마다 깃발 하나씩 꽂아 멀리서 자동차가 쉬 알아보도록 합니다. 무리지은 자전거를 보는 자동차는 원 어디에서 예까지 자전거마실을 나왔나 궁금해서 들여다볼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시골마을 시골사람으로서 시골자전거를 탈 뿐인걸요. 우리는 네 식구 모두 시골바람 맞고 시골햇살 누리며 자전거를 즐길 뿐인걸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저희 아버지 자전거수레를 더는 탈 수 없을 때에는 아버지 자전거에 달린 수레는 짐바구니 노릇을 합니다. 네 식구 옷가지와 먹을거리를 알뜰히 담아 네 식구 홀가분히 이웃 군이나 시에 마실을 떠날 수 있어요. 자전거를 몰며 우리 나라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녹동으로 자전거를 몰아 배로 갈아탄 다음 제주섬 휘휘 둘러보고 나서 우리 시골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함께 움직이고 함께 쉽니다. 함께 바라보고 함께 느낍니다. 함께 웃고 떠듭니다. 함께 힘들고 함께 고단합니다. 함께 밥먹고 함께 이야기꽃 피웁니다. (4344.11.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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