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44) 회한의 1 : 회한의 이 능선 동편
.. 남북으로 이어진 회한의 이 능선 동편 깎아지른 계곡 속에도 DMZ를 관통하며 강 하나가 숨어 있다 .. 《함광복-DMZ는 국경이 아니다》(문학동네,1995) 34쪽
‘능선(稜線)’은 ‘멧등성이’나 ‘산등성이’로 고쳐씁니다. ‘계곡(溪谷)’은 ‘골짜기’로 다듬고 “계곡 속에도”는 ‘골짜기에도’로 다듬습니다. ‘관통(貫通)하며’는 ‘가로지르며’나 ‘꿰뚫며’로 손질합니다.
회한(悔恨) : 뉘우치고 한탄함
- 회한이 서린 목소리 / 그는 회한의 눈물을 남몰래 흘리었다
회한의 이 능선
→ 아쉬움 서린 이 멧등성이
→ 아픔 서린 멧등성이
→ 아픔 맺힌 멧등성이
→ 한숨 섞인 이 멧등성이
→ 응어리진 멧등성이
→ 구슬픈 멧등성이
…
한자말 ‘한탄(恨歎)’은 “원망을 하거나 뉘우침이 있을 때에 한숨을 쉬며 탄식함”을 뜻한다고 해요. 한자말 ‘탄식(歎息)’은 “한숨을 쉬며 한탄함”을 뜻한다고 하는군요. 한자말 ‘회한’을 쓰는 분들이 이 낱말뜻을 옳게 헤아리려고 국어사전을 들출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자말 ‘회한’ 낱말뜻을 찾아본 분들이 ‘탄식’과 ‘한탄’ 낱말뜻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말씀씀이를 돌아볼는지 궁금해요.
말뜻을 곰곰이 생각하면, “회한이 서린 목소리”란 “뉘우치면서 아파하는 마음이 서린 목소리”입니다. “회한의 눈물”은 “뉘우치면서 슬퍼하는 눈물”이에요. 그런데, “뉘우치면서”라는 대목을 따로 넣지 않고 “아파하는”이나 “슬퍼하는”이라 적어도 뉘우치는 느낌이 담겨요.
회한이 서린 목소리 → 아쉬움 서린 목소리 / 슬픔 서린 목소리
회한의 눈물을 → 아쉬운 눈물을 / 아픈 눈물을 / 가슴 찢는 눈물을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나눌 줄 알면 좋겠어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땅에 두 발을 디디면서 한국말을 사랑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으면 기쁘겠어요.
국어학자부터 국어사전을 알차게 엮지 못합니다만, 날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우리들 여느 사람부터 스스로 이 나라 말글을 어여삐 돌보면 좋겠어요. 학자나 지식인이 한겨레 말글을 옳게 사랑하지 못한다지만, 우리들 여느 사람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이 겨레 말글을 알차게 북돋우면 기쁘겠어요.
착한 삶이 서리는 착한 말이 되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맑은 꿈이 담기는 맑은 말이 되도록 애쓰고 싶어요. 예쁜 빛이 감도는 예쁜 말이 되도록 마음쓰고 싶답니다. (4339.9.26.불./4344.10.13.나무.ㅎㄲㅅㄱ)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21) 회한의 2 : 회한의 언어
.. 부당한 이 상처들, 이 맹목의 총탄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입밖에 내뱉어야 할 것은 회한의 언어가 아니라 희망의 언어, 인간들의 몸서리쳐지는 희망의 언어인 것이다 .. 《알베르 카뮈/김화영 옮김-시사평론》(책세상,2009) 27쪽
“부당(不當)한 이 상처(傷處)들”은 “옳지 않은 이 생채기들”이나 “올바르지 않은 이 아픔들”로 다듬고, “이 맹목(盲目)의 총탄(銃彈)들에도 불구(不拘)하고”는 “이 눈먼 총알들이 있지만”으로 다듬습니다. “내뱉어야 할 것”은 “내뱉어야 할 말”이나 “내뱉어야 할 얘기”로 손질하고, “희망(希望)의 언어(言語)”는 “희망어린 말”이나 “꿈꾸는 말”이나 “꿈이 담긴 말”로 손질합니다. “인간(人間)들의 몸서리쳐지는 희망의 언어인 것이다”는 “사람들이 몸서리치도록 바라는 꿈이 담긴 말이다”나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꿈이 담긴 말이다”로 고쳐씁니다.
회한의 말
→ 안타까운 말
→ 한숨 섞인 말
→ 한숨 쉬는 말
→ 한숨에 젖은 말
→ 슬픈 말
→ 눈물 젖은 말
…
좋은 말 한 마디로 좋은 넋을 주고받습니다. 좋은 꿈 담은 말 한 마디로 좋은 사랑 실은 삶을 살찌웁니다. 귀에 달콤하게만 들리는 좋은 말은 없습니다. 좋은 말은 아름다운 삶에서 시나브로 샘솟습니다. 귀에 달콤하게만 들리는 말은 그저 달콤한 말이요, 달짝지근한 말이며, 달달한 말입니다.
좋은 말은 달콤할 수 있지만, 달콤하대서 좋은 말이 되지는 않아요. 좋은 삶 또한 달콤할 때가 있으나, 달콤하대서 좋은 삶이 되지 않습니다. 좋게 살아가는 몸가짐으로 좋은 넋을 보듬으면서 좋은 말이 태어납니다. 좋은 말이 태어나면서 좋은 기운 솔솔 퍼뜨리는 좋은 이야기가 조곤조곤 꽃을 피웁니다.
좋은 삶이지 못할 때에 한숨이 나옵니다. 한숨이 터집니다. 한숨이 섞이거나 한숨에 젖습니다.
한숨에 젖으니 슬퍼요. 슬프면서 눈물에 젖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눈물바람이 됩니다.
눈물바람 삶은 얼마나 아플까 싶습니다. 아픈 삶이란 얼마나 고달프랴 싶습니다. 고달픈 삶은 얼마나 괴로울는지요. 부디 사람들 누구나 눈물바람 아닌 웃음바람 삶이기를 꿈꿉니다. 한숨이 아닌 맑고 기쁜 숨을 쉬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나날을 누리면 반갑겠어요. (4344.10.13.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