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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92
토미 웅거러 글.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아이한테 할 수 있는 일이란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7] 토미 웅거러, 《엄마 뽀뽀는 딱 한 번만!》(비룡소,2003)
방바닥에 불을 넣을 때에 거의 마른 기저귀 빨래를 널찍널찍 깔면 보송보송해집니다. 이렇게 안 하고 옷걸이에 꿴 채, 또는 빨래널개에 넌 채 두어도 퍽 잘 마릅니다. 다만, 옷걸이에 꿴 채 두거나 빨래널개에 넌 채 두면 다 마르기까지 좀 오래 걸립니다.
둘째한테 대는 기저귀를 헤아린다면 굳이 기저귀를 더 빨리 말려야 하지 않습니다. 기저귀를 더 빨리 말린대서 기저귀를 한결 잘 대지는 않아요. 사내가 가시내보다 기저귀를 덜 쓰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천기저귀 서른 장으로 돌리자면, 하루에 두 차례 몰아서 빨래하면 넉넉하곤 합니다. 그저 여러 차례 나누어서 하면 빨래 일손이 적게 들고 빨래 말리기가 한결 수월하며 집안 물기 맞추는 데에 더 도움이 돼요.
새벽에 일어나 첫째 아이 오줌을 누입니다. 오줌가리기를 잘 하는 첫째는 새벽에 한두 차례 깨어 쉬 마렵다고 아버지를 부릅니다. 으레 두 차례쯤 부르고, 때로는 세 차례를 부르는데, 어느 날은 한 차례만 부릅니다. 나는 참 용하게 새벽에 아이가 쉬 마렵다며 부르는 소리에 금세 잠을 깹니다. 아마 내 마음속에는 아이가 쉬 마렵다고 보채며 부르는 소리에 금세 잠을 깨지 않으면 아이가 그만 바지에 오줌을 질질 싸며 아이가 축축해 하겠다고 느껴, 아이가 새벽에 부르면 몸을 바로 일으키도록 생각을 단단히 못박았으리라 여겨요. 나는 시계 울림소리 없이 내가 일어나고픈 때에 일어나니까, 새벽에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깨는 일이란 참 마땅하며 홀가분하다고 여겨요.
아이 쉬를 누이고 나서 아이 이불을 여밉니다. 가슴을 토닥토닥 합니다. 아이를 새근새근 재울 때에 가슴 토닥이는 일은 옆지기한테서 배웠습니다. 옆지기한테서 배운 이 일을 곰곰이 떠올리면, 내 아주 어린 날부터 어머니는 당신 아이를 재울 때에 가슴을 토닥토닥 해 주었어요. 그러니까, 나도 아는 일이요 나도 느끼던 일이며 나도 좋아하는 일이에요. 이를 미처 스스로 떠올리지 못하고, 이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할 뿐입니다. 아니, 이를 옳게 느껴 되새기도록 이끄는 얼거리나 틀거리를 모르며 살아온 셈이라 하겠어요.
아이는 새근새근 다시 잠듭니다. 참으로 착하며 어여쁜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나중에 어른이 된 다음 아이를 낳는다면, 제 어머니처럼 제 아이한테 예쁘며 사랑스러운 손길을 나누어 주겠지요.
잠든 식구들 깰까 발소리를 죽이면서 셈틀을 켭니다. 글조각을 만지작거립니다. 방바닥에 불을 넣습니다. 거의 마른 기저귀 빨래를 방바닥에 펼칩니다. 보일러가 한 차례 돌고 쉽니다. 보일러 온도를 낮추어 더 돌아가지 않도록 합니다. 방온도가 1.5도 떨어지면 다시 돌아가도록 맞춥니다. 잘 마른 기저귀를 차곡차곡 갭니다. 기저귀를 개며 첫째 아이 갓 낳을 무렵을 되새깁니다. 그때에는 첫째 아이 기저귀가 두어 장쯤 모이면 꼬박꼬박 빨래를 했어요.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기저귀 빨래 두어 장쯤 되면 잊지 않고 빨래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 마른 기저귀는 다림질을 해요. 다림질을 해서 반반하게 폅니다. 다 마른 기저귀를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러 반반하게 펴도 구김살이 지니까, 이 구김살 때문에 아이 엉덩이에 자국이 밸까 걱정하며 다림질까지 했어요.
.. 발톱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어. 발톱이는 뽀뽀가 정말 싫거든. 특히 한창 신나는 꿈을 꾸는데 뽀뽀를 당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이지! 발톱이는 식식대면서 침대에서 튀어나와 툴툴거리며 쏜살같이 목욕탕으로 사라져 버렸어 .. (7쪽)
둘째를 낳고 네 식구 살아가는 살림을 헤아립니다. 나는 좀 엉뚱한 데에 힘을 많이 쏟고 맙니다. 네 식구 더 따사로우며 느긋하거나 즐거울 자리에 힘을 옳게 쓰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집일이 서투니 네 식구 오붓한 나날 누리는 쪽으로는 참말 생각도 힘도 제대로 못 쓰곤 합니다.
시키는 일은 바지런히 잘 하고, 밥이나 빨래는 어김없이 맞추며, 청소는 퍽 모자라지만 이럭저럭 한다 치지만, 집일이나 집살림은 날마다 새로운 삶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삶을 늘 똑같은 몸짓으로 붙잡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제 어버이한테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옆지기는 제 짝꿍한테 무엇을 바랄까요. 아이들은 제 어버이한테 어떤 마음이나 손길을 꿈꾸겠습니까. 옆지기는 이녁 짝꿍한테 어떤 마음이나 손길을 꿈꿀까요.
.. “아가야, 아침밥 먹자.” 엄마 목소리가 보통 여덟에서 아홉 번은 들려 .. (10쪽)
아이들이 어버이한테 바라는 대목은 오직 하나입니다. 옆지기가 짝꿍한테 꿈꾸는 대목 또한 오로지 하나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을 바랍니다. 사랑을 생각하기를 꿈꿉니다. 사랑으로 살아가기를 꿈꿉니다.
사랑으로 짓는 살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으로 일구는 나날이 되기를 꿈꿉니다.
돈은 알맞게 쓸 만큼 벌면 넉넉합니다. 이름값이나 힘줄은 부질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돈도 덧없어요. 뜻있는 한 가지란 사랑이에요. 값있는 한 가지란 사랑 어린 삶이에요. 사랑 어린 삶으로 사람다운 나날을 누려요.
.. 엄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당장 쥐로 변해서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비단결 여사(어머니 이름)가 세운 택시가 길가에 서 있었어. “어디, 엄마한테 버릇없이 그런 말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운전사가 말했지. “맞아, 아저씨 말이 맞아요.” 비단결 여사가 맞장구치더니 .. (34쪽)
토미 웅거러 님 그림책 《엄마 뽀뽀는 딱 한 번만!》(비룡소,2003)을 읽습니다. 그림책 《엄마 뽀뽀는 딱 한 번만!》에 나오는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 오직 한 가지를 바랍니다. 곧 사랑입니다.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받기만을 바랍니다.
아이 어버이는 아이한테 한 가지만 해 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입니다. 어버이는 당신 아이한테 사랑을 베풀고 싶을 뿐이에요.
그런데,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대서 모두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옷을 걸친대서 참말 사랑이 되지 않아요.
겉도 속도 사랑이어야 해요. 옷도 몸도 사랑이어야지요. 말과 넋과 삶이 온통 사랑이어야 합니다.
서로를 아끼는 따순 마음이 감도는 사랑이어야 해요. 서로를 살가이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북돋우는 사랑이어야지요. 서로를 너그러이 보듬으며 좋아하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엄마 뽀뽀는 딱 한 번만이면 되고, 엄마 사랑 딱 한 가지이면 돼요. (4344.11.24.나무.ㅎㄲㅅㄱ)
― 엄마 뽀뽀는 딱 한 번만! (토미 웅거러 글·그림,조은수 옮김,비룡소 펴냄,2003.4.23./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