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아 봄꽃들아 과학은 내친구 23
이제호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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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도 꽃도 자연도 ‘과학’이 아니에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09] 이제호, 《겨울눈아 봄꽃들아》(한림출판사,2008)



 겨울눈과 봄꽃을 찬찬히 살피며 꼼꼼하게 담은 그림책 《겨울눈아 봄꽃들아》(한림출판사,2008)를 바라봅니다.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우리 집 네 살 딸아이가 이 그림책을 즐길 만할까 어림해 봅니다. 갓난쟁이 둘째 아이는 이 그림책을 앞으로 좋아할 만할까 갸웃해 봅니다.

 어쩌면, 집 안팎과 마을에서 마주하는 나무에 맺히는 눈과 잎과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 그림책 《겨울눈아 봄꽃들아》에 실린 그림을 견줄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바라보며 그린 나무 그림이랑 《겨울눈아 봄꽃들아》에 실린 나무 그림을 나란히 놓고 생각할는지 모릅니다.

 이제호 님이 빚은 그림책 《겨울눈아 봄꽃들아》는 그림이 푼더분합니다. 빛깔이 흐드러집니다. 한 땀 두 땀 얼마나 알뜰히 힘을 쏟았는가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아쉽습니다. 이 겨울눈과 봄꽃을 왜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 겨울눈과 봄꽃은 우리 삶하고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이른바 세밀화라는 이름으로 그려서 선보이는 그림책을 들여다볼 때면 으레 이 대목을 떠올립니다. 이들 세밀화 그림책은 왜 읽어야 하나요. 이들 세밀화 그림책은 우리 삶하고 어떻게 맞닿을까요.

 시골사람한테는 세밀화 그림책이 부질없습니다. 늘 보며 언제나 살피니까요. 나무를 늘 보지 못하고 자연을 언제나 벗삼지 못할 도시사람이 아니고서야 세밀화 그림책은 덧없습니다. 살아숨쉬는 자연처럼 아름다운 그림이 없어요. 손가락을 가만히 대며 느끼는 겨울눈 숨결이랑 종이에 아로새겨진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느낄 겨울눈 빛깔은 사뭇 달라요.

 그저 모양만 예쁘장하게 그리는 어수룩한 나무 그림을 떠올린다면, 《겨울눈아 봄꽃들아》는 참 잘 빚은 그림책입니다. 다만, 꼼꼼하며 찬찬히 바라본 그림이기에 어수룩하게 그린 나무 그림보다 더 살갑거나 따사롭지는 않아요. 더욱이, 이 그림책 《겨울눈아 봄꽃들아》에는 “과학은 내 친구”라는 ‘묶음책 이름’이 붙어요. “과학은 내 친구” 스물셋째 그림책이라는 《겨울눈아 봄꽃들아》입니다.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겨울나무 겨울눈은 과학인가요. 봄나무 봄꽃은 과학인가요. 아이들한테 나무는 과학인가요. 아이들한테 꽃과 잎사귀와 열매는 과학인가요.

 나는 나무도 열매도 잎도 꽃도 눈도 모두 삶이라고 여깁니다. 내 하루를 북돋우는 삶이요, 나랑 함께 살아가는 집식구 모든 삶이라고 느낍니다. 삶이지 않고서는 나무를 바라보거나 껴안을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목숨이 아니라면 나무를 어루만질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아파트로 이루어진 보금자리에서 《겨울눈아 봄꽃들아》를 읽힐 어버이라면 한 번쯤 곰곰이 생각에 잠기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으로만 겨울눈과 봄꽃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아파트를 떠나 나무 한 그루 심을 만한 흙땅 있는 조그마한 집을 찾아야 합니다.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어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해야 합니다.

 나무는 씨앗을 받아 심으면 됩니다. 씨앗을 심을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니 도시에서는 씨앗을 받아 나무를 심으려 한다면 ‘새싹을 몰라볼 사람’들이 마구 짓밟거나 풀약을 쳐서 죽이고 말 테니까, 어린나무를 사서 심을 때가 더 나을 수 있어요. 어린나무 한 그루 값은 5천 원이 안 됩니다. 그림책 한 권 값이 안 돼요. 아이들하고 아름답다 싶을 그림책 하나 더 나누어도 기쁜 나날이요, 아이들하고 아름답다 싶을 어린나무 한 그루 사서 이 나무가 곱게 자랄 흙땅을 튼튼하게 지켜도 기쁜 삶입니다.

 삶을 생각하고 삶을 느끼며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어버이로서 아이하고 손을 맞잡아 주셔요. (4344.11.19.흙.ㅎㄲㅅㄱ)


― 겨울눈아 봄꽃들아 (이제호 글·그림,한림출판사 펴냄,2008.2.27./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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