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6
마사 알렉산더 지음, 서남희 옮김 / 보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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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쁘며 빛나는 말을 아이한테 들려주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07] 마사 알렉산더,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보림,2007)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 가운데 힘이 들지 않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날은 집일을 퍽 적게 한다 하지만, 으레 어머니들이 온갖 집일을 도맡거나 많이 맡기 마련이면서, 바깥일까지 한다면, 사랑스러운 아이를 따사로이 보듬는 넋이라 하더라도 힘이 들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둘이 벅차고, 둘일 때보다 셋이 버겁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하나일 때에 누리는 기쁨이랑 둘일 때에 누리는 기쁨하고 셋일 때에 누리는 기쁨은 사뭇 달라요.

 힘이 들기 때문에 더 기쁨을 누릴는지, 힘이 덜 들 때에 더 기쁘다 할 만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이가 하나이든 둘이든 셋이든, 또는 아이가 없이 살아간다 하든, 나와 한솥밥을 먹는 살붙이를 따사로이 바라보며 보듬는 넋이요 손길이라 한다면 늘 기쁜 나날이라고 느낍니다. 따사로이 바라보지 못하거나 따뜻하게 보듬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힘들게 안 한다든지 살림돈이 넉넉하다든지 하더라도 그닥 기쁠 수 없는 나날이라고 느껴요.


.. “엄마, 내가 쓰던 의자를 왜 새로 칠해?” “아기가 태어나면 주려고 그러지.” ..  (5쪽)


 갓난쟁이 둘째가 웁니다. 품에 안아 토닥토닥 타이릅니다. 노래를 불러 주다가는 젖을 물립니다. 어린 동생과 사랑을 나누며 자라는 첫째가 웁니다. 요모조모 말썽을 부리지만, 가만히 헤아리면 어리광일는지 모릅니다. 더 바라보며 따스히 어루만지기를 바라는 몸부림일는지 모릅니다.

 젖을 물리는 어머니이기에 아버지보다 한결 보드랍거나 따사로울 수 있을까요. 열 달에 걸쳐 몸속에서 아끼며 뼈와 피와 살을 나누었기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르게 살가우면서 너그러울 수 있는가요.

 집일을 하거나 살림을 돌본대서 아이들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삶이 되지는 않는다고 느낍니다. 집일을 도맡거나 살림을 아기자기 일군대서 아이들을 더 챙기거나 보살피는 삶이 되지는 않는구나 싶어요.

 사랑하는 넋이 아니라면 아이한테 뼈와 피와 살을 나눌 수 없을 뿐 아니라, 젖을 물리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손길이 아니라면 아이와 노래를 부르며 포근한 넋이 되도록 이끌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꿈결이 아니라면 아이 손을 맞잡거나 아이를 등에 업으며 마실을 다니지 못합니다.


.. “내가 내 맘대로 엄마 침대나 흔들의자를 남한테 주면 좋겠어?” “올리버야, 미안해. 아기 때 쓰던 물건이라서 이젠 안 쓰는 줄 알았지.” ..  (10∼11쪽)


 어머니가 힘들 때에 아이들도 힘듭니다. 어머니가 즐거울 때에 아이들도 즐겁습니다. 어머니가 포근한 품으로 두 팔을 벌릴 때에 아이들은 춤을 춥니다. 어머니가 맑고 밝은 목소리로 노래할 때에 아이들은 병아리처럼 입을 벌리며 신나게 노래합니다.

 마사 알렉산더 님 그림책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보림,2007)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곧 동생을 볼 아이는 어머니한테 ‘왜 나한테 안 물어 보고 일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어머니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아이한테 미안하다 이야기합니다.

 어머니라서 아이보다 더 잘 알지 못해요. 어머니도 이제 막 어머니이지 예전부터 어머니이지 않아요. 어머니도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도 이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가 있어요. 아이는 앞으로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테고, 어머니나 아버지가 된 다음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겠지요.

 빛나는 사랑이 어머니 손길을 타며 아이한테 이어집니다. 빛나는 믿음이 아이 손길에서 자라나면서 아이가 어버이가 된 다음 새 아이한테 이어집니다.

 함께 살아가는 길이란 서로서로 북돋우면서 타이르는 길입니다. 함께 어우러지는 길이란 서로서로 쓰다듬고 토닥이면서 아끼는 길입니다. 어머니는 첫째 아이랑 둘째 아이를 모두 아끼고 싶습니다. 첫째 아이는 어머니와 동생을 나란히 좋아하고 싶습니다. 서로서로 다른 자리에 서면서 서로서로 깊고 너르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 “엄마는 네가 나가지 않으면 좋겠어. 네가 없으면 엄마는 너무너무 슬프고 외로울 거야.” “정말? 정말로 날 보고 싶어 할 거야?” “그럼 그럼, 게다가 네가 없으면 엄마는 너무너무 불쌍해질 거야.” ..  (24∼25쪽)


 아이가 외치거나 들려주는 말을 곰곰이 듣는 어머니이기에, 아이는 어머니가 읊거나 속삭이는 말을 차분히 듣습니다. 아이가 토라지거나 활짝 웃거나 주눅들거나 졸음에 겨울 때에 넉넉히 안고 달래는 어머니이기에, 아이는 어머니가 즐겁거나 슬픈 빛을 금세 알아차립니다.

 좋아하는 사이인 터라, 마음으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좋아하는 사이인 까닭에, 마음을 빛내는 말마디로 열매를 맺습니다.

 사랑을 먹는 아이는 사랑을 새롭게 키웁니다. 사랑을 받은 아이는 사랑을 고스란히 베풉니다. 사랑을 먹는 아이로 살면서 어머니 자리에 서기에, 내 아이하고 사랑잔치를 엽니다. 사랑을 받은 아이로 지내며 어머니 노릇을 하니까, 내 아이하고 사랑씨앗 하나 예쁘게 건사합니다.

 말 안 들으며 골을 부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너 말야, 자꾸 말 안 들으면 내쫓을 테야.” 하고 꾸짖기에, 아이는 어머니랑 아버지한테 “어머니를(아버지를) 내쫓을 테야.” 하는 말을 돌려줍니다.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에 나오는 어머니는 아이 앞에서 이제부터 예쁘며 빛나는 말을 예쁘며 빛나는 사랑을 담아서 들려주겠지요. (4344.11.17.나무.ㅎㄲㅅㄱ)


―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마사 알렉산더 글·그림,서남희 옮김,보림 펴냄,2007.1.10./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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