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58) 존재 158 : 핵심을 이루는 존재
.. 편집자는 출판계의 핵심을 이루는 존재이다. 곧, 편집자란 독자의 한 사람인 동시에 독자의 대표자격이어서 독자가 바라는 정보나 지식을 저작자에게 쓰게 하거나 저작자가 작성한 저작물을 독자가 읽고 싶은 책의 모습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사람이다 .. 《김성재-출판 현장의 이모저모》(일지사,1999) 27쪽
‘출판계(出版界)’는 ‘책마을’로 다듬고, ‘핵심(核心)’은 ‘알맹이’나 ‘큰 몫’이나 ‘고갱이’로 다듬습니다. “독자(讀者)의 한 사람인 동시(同時)에”는 “독자이면서”나 “책을 읽는 한 사람이면서”로 손보고, “독자(讀者)의 대표자격(代表者格)이어서”는 “독자를 대표해서”나 “읽는 사람 뜻을 헤아리면서”로 손봅니다. ‘저작자(著作者)’는 ‘글쓴이’나 ‘글을 쓸 사람’으로 손질하고, “저작자가 작성(作成)한 저작물(著作物)을”은 “글쓴이가 일군 글을”이나 “글을 쓰는 사람이 일군 열매를”로 손질하며, “책의 모습으로 만들어 제공(提供)하는 사람”은 “책으로 만들어 내놓는 사람”이나 “책으로 만들어 나누는 사람”으로 손질해 봅니다.
편집자는 출판계의 핵심을 이루는 존재이다
→ 편집자는 출판계에서 핵심을 이루는 사람이다
→ 편집자는 책마을에서 알맹이를 이루는 일꾼이다
→ 편집자는 책마을에서 큰 몫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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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이 널리 쓰면서 이 나라 사람들 말투로 스며든 ‘존재’입니다만, 이 낱말 한 가지만 깊이 스며들지 않아요. ‘고갱이’나 ‘알맹이’나 ‘알짜’를 잊은 채 쓰는 ‘핵심’또한 일본사람 말투요, “출판계의 핵심”처럼 ‘-의’를 넣을 때에도 일본사람 말투입니다.
낱말은 어쩔 수 없다 여기면서 한국사람 말투를 헤아린다면, “편집자는 출판계 핵심이다”처럼 적바림해야 알맞습니다. 또는 “편집자는 출판계에서 핵심이다”처럼 적바림합니다. 이 말투 결과 무늬를 돌아보면서, “편집자는 책마을에서 첫손 꼽히는 자리이다”라든지 “편집자는 책마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라든지 “편집자는 책마을에서 더없이 큰 몫을 맡는다”라고 손볼 수 있어요.
편집자는 사람입니다. 편집자는 존재가 아닙니다. 편집자는 일꾼입니다. 일하는 사람입니다. 영업자도 사람이고 사장도 사람입니다. 회계를 맡건 제작을 맡건 누구나 사람입니다.
나 스스로 어디에 서는 사람인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나부터 어느 곳에서 누구하고 말을 섞는 사람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슬기로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올바로 깨달아야 합니다. 참답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편집자는 책마을을 이루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편집자는 책마을을 이루는 기둥 가운데 하나이다
편집자는 책마을을 이루는 밑바탕 구실을 한다
편집자는 책마을을 이루는 대들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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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기울이지 않을 때에는 말을 말다이 하지 못합니다. 생각을 들이지 않으면서 사랑을 하지 못합니다. 생각을 쏟지 않으면서 내 삶을 어여삐 돌보지 못합니다.
생각하면서 하는 말이에요. 생각하면서 일구는 사랑이에요. 생각하면서 누리는 삶이에요. 고운 생각으로 고운 말을 빚고, 고운 생각으로 고운 사랑을 북돋우며, 고운 생각으로 고운 삶을 가꿔요. (4344.11.15.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