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더 바우트 1
와타나베 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푸른 아이들과 푸른 나날 함께 누려요
 [만화책 즐겨읽기 66] 와타나베 페코, 《라운더바우트 (1)》



 모두 갓난쟁이로 태어나서 어린이로 자라다가는 푸름이로 꽃을 피웁니다. 젊은이로 사랑을 이루고, 차츰차츰 무르익어 늙은이로 삶을 마감합니다.

 어두운 밤이 지나 천천히 동이 틉니다. 차츰 날이 환합니다. 며칠만에 모처럼 햇살 곱게 집안으로 스밉니다. 멧새들 종알종알 지저귑니다. 집 둘레를 날아다니며 아침 먹이를 찾습니다.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하던 아이들은 새근새근 잡니다. 새벽에 몇 시간씩 복닥이던 아이들인 만큼, 부디 아침에는 늦게까지 달콤하게 잠자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아침 일을 홀가분하게 하고 싶기 때문에 아이들이 달콤하게 잠자면 좋겠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오늘 하루 마음껏 뛰놀며 신나게 뒹굴자면, 몸과 마음에 앙금이 남으면 좋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침햇살 받으며 마당에서 머리를 고무줄로 묶자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파리떼도 웅웅거립니다. 충청북도 멧골집에서 살던 때에는 이른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또 늦여름쯤부터 파리가 조용히 사라지는데, 늦가을이 한창이라 할 전라남도 시골집에서는 파리들이 참말 기운찹니다. 이 녀석들도 아침햇살 받으며 하루를 열겠다며 법석입니다. 그래, 너희가 없으면 온누리 똥오줌이 어떻게 되겠니. 너희들 작은 힘이 모여 온갖 찌꺼기와 쓰레기가 사라질 수 있겠지. 다만, 너희는 참 성가시구나.


- “자신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는데, 되고 싶은 게 뭔지 알게 뭐람.” “이런 건 적당히 구체적이고 적당히 특이하게 쓰면 돼.” (19쪽)
- “선생님, 매일 찾아오시는데 죄송하지만, 전 앞으로도 학교에 가지 않을 거예요. 진심으로 끔찍하게 싫거든요.” … “너는 학교의 어디가 그렇게 싫은 거냐?” “그거야 너무 많죠.” “말해 봐.” “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을 당연한 것처럼 강요하는 게 싫어요. 여자애들이 매일 꺄악꺄악 시끄럽게 구는 게 싫어요. 남자애들이 천박하고 바보 같고 시끄럽고 무례하게 구는 게 싫어요. 선생님들이 거들먹거리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게 멍청해 보여서 싫어요. 급식도 싫고 조별로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것도 싫어요. 불편하고 짜증 나는 곳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내야 하는 게 고통스러워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하는 내가 너무 비참하고 아무 가치도 없고 한심하게 느껴져서 괴로워요.” (85∼87쪽)



 마을 고양이들은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고 우리 집 마당이나 뒤뜰을 오갑니다. 때로는 뒤뜰에서 흙 무너지는 소리를 내며 지나가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앞마당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논둑에 다부지게 우뚝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날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한두 마리 아니요, 온 마을을 이리저리 누비니까 들쥐 걱정은 덜합니다. 따로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도 언제 어디에서라도 이들 들고양이를 바라보고 인사를 합니다.

 이곳 시골마을에는 까마귀가 몹시 많습니다. 한두 마리가 열스무 마리가 아닙니다. 하늘을 까맣게 채울 만큼은 아니지만 얼추 백 마리 즈음 무리지어 날아다니곤 합니다. 까치는 까마귀만큼은 아니나, 스무 마리 남짓 한꺼번에 떼지어 다니면서 마늘밭에 앉아 무언가를 쪼곤 합니다. 마을 할머니들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심은 마늘알을 파먹을까요.

 해 떨어진 깊은 저녁, 식구들 차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구리 한 마리를 본 적 있습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로 뒤뚱뒤뚱 달리는 품이 너구리답구나 싶었습니다. 먼 옛날 이 들짐승한테 너구리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이 참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너구리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붙일 수 있었을까요.

 새벽나절 마을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합니다. 김장 담글 분들은 소금을 미리 신청하면 풍양농협에서 한꺼번에 받을 테니, 아침에 마을회관으로 나와서 이야기하라십니다. 이듬날 아침에는 우리 마을에서 자란 어느 분 어머님이었는지 시어머님이었는지 장모님이었는지 백 살을 맞이해서 조촐히 낮밥 한 끼니를 산다 하니, 마을사람 한 분도 빠지지 말고 아침 열 시 이십 분까지 마을회관 앞에 모여서 차를 타고 밥먹으러 가자고 말씀합니다.


- ‘우울한 일과 슬픈 일과 너무너무 기쁜 일이 한꺼번에 뒤섞여서 예쁜 머리통과 예쁜 눈과 살짝 코맹맹이 같은 목소리가 빙글빙글 가슴을 가득 채워서, 코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피가.’ (58쪽)
- ‘눈앞에서 선생님이 단정하고 맛있게, 그리고 열심히 밥을 먹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열심히 밥을 먹었다.’ (93쪽)



 언제나 좋은 하루입니다. 좋은 바람을 쐬면서 좋은 나무를 바라보는 좋은 하루입니다. 늘 좋은 삶입니다. 좋은 꿈을 좋은 손길로 일구면서 좋은 사랑을 빛내는 좋은 삶입니다.

 누군가는 어린 나날부터 좋은 사랑을 좋은 어버이한테서 선물받지 못한 나머지, 좋은 삶을 돌보지 못합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좋은 사랑을 선물받지 못한 사람을 낳아 돌본 어버이부터 당신 어버이한테서 좋은 사랑을 선물받지 못했달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랑을 선물하지 못하는 흐름이 오래도록 끊이지 않았달 수 있어요.

 아득한 옛날부터 슬픈 삶이 대물림되니까 나 또한 이 슬픈 삶을 그대로 이을밖에 없다고 여기곤 합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아픈 삶이 이어졌다지만 나부터 이 아픈 삶을 끊어 우리 아이들부터 예쁘며 기쁜 삶을 누리도록 새날을 열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요.

 와타나베 페코 님 만화책 《라운더바우트》(대원씨아이,2011) 1권을 읽습니다. 풋풋풋한 푸름이 삶을 푸르게 누리는 아이가 나옵니다. 풋풋한 푸름이 삶이 푸른 줄 모르는 아이가 나옵니다. 풋풋한 푸름이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당신 아이가 풋풋한 푸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어른이 나옵니다. 풋풋한 푸름이를 가르치는 자리에 서면서 당신 또한 이 아이들하고 똑같이 풋풋한 푸름이 나날을 누린 줄 늘 되새기는 어른이 나옵니다.


-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럴 때 솔직하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정말 몸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나 마코토한테 고마워, 미안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고 춤을 출 거야.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만. “마코토, 내일 보자.” “응, 내일 보자.” (65∼67쪽)


 좋은 사랑을 선물받지만, 좋은 사랑을 내 좋은 아이한테 잇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좋은 사랑을 선물받지 못했다고 느끼면서, 좋은 사랑을 새로 길어올려 내 좋은 아이와 내 둘레 이웃한테 곱게 선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샘물은 언제나 새로 길어올립니다. 사랑이기에, 사랑 샘물은 마르지 않습니다. 돈이라는 샘물은 언제나 새로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돈이니까, 돈 샘물은 쉽게 마릅니다.


- “내일 체육 시간에 오늘 특훈을 살려서 힙합 스타일의 아주 끝내버리는 춤을 출 거야. 그러니까 밖에 나오지 말걸 그랬다고 생각하지 마.” “나, 학교로 보러 가진 않을 거야.” “응, 알고 있어. 보여주려고 추는 게 아니라,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추는 거야.” (120쪽)


 푸른 아이들과 푸른 나날을 함께 누려요. 맑은 아이들과 맑은 나날을 같이 즐겨요. 좋은 아이들과 좋은 삶꿈을 함께 피워요. 고운 아이들과 고운 손길을 같이 펼쳐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면 됩니다.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면 넉넉합니다. 좋아할 수 있는 꿈을 좋아하면 아름답습니다. 좋아할 수 있는 책을 좋은 가슴 보듬으며 읽으면 가장 좋아요. (4344.11.12.흙.ㅎㄲㅅㄱ)


― 라운더바우트 1 (와타나베 페코 글·그림,김진수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1.9.15./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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