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앞서 올린 글하고 거의 같은데, 앞서 올린 글에 '못 담은 이야기'가 있어 따로 붙입니다. 앞서 올린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올리면서 이래저래 자르고 다듬은 글'이고, 이 글은 기사가 되기 앞서 '덜 정리된 채 여러 뒷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담은 글'이에요. 아무튼, 여덟 해나 묵은 글이라서 부끄러운 말투와 말법이 많이 보이네요... ㅠ.ㅜ hnine 님 아무쪼록 즐거이 읽어 주셔요...
이오덕,권정생 선생님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할 사람
[책읽기가 즐겁다 39] 허락도 없이, 출판계약서도 없이 책을 낸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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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1월 5일 새로운 책이 하나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일은 그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만 알고 있었습니다. 책은 차근차근 서점에 진열이 되었고 독자들도 한 사람 두 사람 책을 사 보았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신문 광고도 냈고, 보도자료도 돌려서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은 그 보도자료를 보며 기사를 썼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12일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11월 13일에는 <문화일보>에서 큼직한 지면을 빌어서 책을 소개했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문학과 교육을 살리고자 온몸을 바친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먼저 한 분은 지난 2003년 8월 25일에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다른 한 분은 이오덕 선생님에게는 둘도 없는 벗인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은 살아계실 적에도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세상에 내놓아 알리고픈 마음을 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처럼 깨끗하면서도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널리 알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가르침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생각'으로만 품었지 책으로는 펴내지 않았습니다. 책으로 내기에는 어려운 대목이 많아서입니다. 가난하고 힘겹고 아픈 몸으로 죽음과 몇 번이나 싸우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권정생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비참하고 동정이 가는 불쌍한' 모습이 그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더구나 세상에 아직 알려지면 안 되는 당신 지난 삶 이야기가 편지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도 좋은 뜻만 품었을 뿐 책으로 내는 일은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허락'은 하지 않은 채였습니다. 다만, 언제라도 권정생 선생님이 "책으로 내도 좋겠어요" 하고 말을 하면 책으로 내도록 준비만은 해서 편지를 `한길사'라는 출판사에 맡겨서 한번 검토하라고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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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편지가 세상에 공개되는 걸 바라지 않았으나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그 편지 가운데 몇몇(일부)을 방송에 공개했습니다. 물론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채였습니다.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을 기리는 방송에 그 편지 몇 통을 공개한 거죠.
약속을 어기고 공개한 김언호 사장은 왜 그랬을까요? 무척 궁금한 대목입니다. 돌아가신 뒤 한 달 반쯤 지난 어느 날입니다. 한길사 편집부에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이 사는 충주로 내려와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이러한 책을 내려고 했다'면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봉투'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그때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유족은 이오덕 선생님 유언에 그런 책을 내라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 가운데 얼마가 방송에 공개되었다고 했을 때는 `편지 내용을 검토해 보고, 이미 공개가 되었으니 할 수 없이 내야 한다면 내야겠다'고 하면서 한길사 편집부 직원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그 `편지 내용'을 볼 길이 없었습니다. 한길사 쪽에서 유족에게 원고를 보내주지 않았거든요. 더구나 편지봉투 몇 장을 빌려간 뒤로는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은 채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덜컥 소리소문도 없이 책을 낸 거죠.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그 뒤로 농사일과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뒷일을 보느라 정신이 없이 바빴고, 그리하여 `한길사에서 보내지 않은 편지 원고'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며칠 뒤 이오덕 선생님 방 한쪽 구석에서 `한길사에서 지난날 가제본으로 찍은 편지 원고 사본'을 찾았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도 한길사에서는 원고도 사본도 보내지 않은 채였습니다. 그리하여 유족은 그 편지 원고 사본을 하나씩 살펴보았는데, 아무래도 내서는 안 되겠고, 낼 수도 없다고 생각하여 권정생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책을 낼 수 없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권정생 선생님은 그때 "내(권정생)가 죽은 뒤 ◎◎년 뒤에 내면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내지 말아라" 하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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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11월 10일입니다. 이오덕 선생님 유족이 어느 독자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신문에 난 광고'를 보았고 `책을 서점에서 사서 읽'었다며 어찌된 일인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이튿날에도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하여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한길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한길사 직원 말은 "광고만 냈다"였습니다. `책은 안 냈다'였습니다. 그러다가 10분쯤 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이 유족에게 직접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유족에게 "좋은 책 내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이미 허락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궁금증이 듭니다. "출판을 허락"했다면 틀림없이 `출판계약서'를 씁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이나 권정생 선생님은 유언이든 전화로든 `허락'을 하지 않았으며 `출판계약서' 한 장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출판계약서'를 쓰지 않고서 `허락을 했다'는 말만으로 책을 낼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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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11월 12일 충주로 내려와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을 만납니다. 내려오기 앞서 펴낸 책을 `판매중지'를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려온 날, 그 다음날(11/13), 또 이튿날(11/14)까지도 판매중지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미 낸 책과 관련된 `출판계약서' 한 장도 가지고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출판을 허락하지도 않았으나 `사후조처'로 출판계약서를 쓰는 일조차 하지 않습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충주를 거쳐 안동으로 갑니다. 안동에는 권정생 선생님이 살고 있습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안동에 가서 `권정생 선생님과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며 `책을 내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 하는 이야기를 이오덕 선생님 유족에게 이야기합니다. 한길사 사장과 전화 통화를 한 다음,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권정생 선생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출판 허락을 했느냐"고 묻는 유족 말에 "절대 아니다"며,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밖에 세워서 벌벌 떨게" 해서 돌려보냈다고, "읽으라고 가져온 책은 읽지 않고 아직도 그냥 밖에 그대로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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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세상에 알리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경우가 없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고 동의를 얻은 다음'에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길사에서는 이오덕 선생님에게 `확답'을 받지 않은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저작권 승계자인 아드님에게도 허락이나 동의를 받지도 얻지도 않았습니다. 나아가 `반드시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으라'는 말까지 어기는 한편, 출판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가운데 책을 펴냈습니다.
더불어 `판매정지'를 시킨 다음 `사과'를 빌고 `양해'를 얻으려 한다고 말했음에도 `판매정지'나 `출판정지'나 `출고정지' 가운데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일반 서점에서 이 책은 잘 팔리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과 흐름과 상황으로 볼 때 지금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여러 가지로 큰 죄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 돌아가신 분, 유족, 권정생 선생님 모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책을 냈다.
둘째, 거짓말을 했다.
셋째, 출판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넷째, 책이 나오고도 알리지 않았다.
다섯째, 책이름조차 멋대로 붙였고, 머릿글도 허락을 안 받고 함부로 실었다.
여섯째, 신문사 기자에게 이상한 말을 해서 권정생 선생님을 나쁘게 비치게 했다.
일곱째,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뻔뻔스럽게 자기는 `잘했다'고 한다.
여덟째,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백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잘못을 저질러 선생님 유족들 마음을 더욱 아프고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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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은 이 책을 두고 "당신이 죽은 뒤 ◎◎ 해 뒤"에 내면 몰라도, 그때까지는 죽어도 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편지를 보았습니다. 유족들은 나중에 내용을 보고서 문제가 되는 내용이 많아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출판사 쪽에서는 유족에게 내용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을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원고를 정리하다가 선생님 방 한쪽 구석에 박혀 있던 `가제본 뭉치'를 보고서야 내용을 알았습니다. 틀림없이 몇 번씩이나 `내서는 안 된다'고 했음에도 한길사는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한길사 쪽에서 하는 말은 "좋은 책 낸다는데 무슨 문제입니까?"입니다.
지난 11월 12일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는 새로 나온 책 기사가 실렸습니다. 11월 13일에는 <문화일보>에 책소개 기사가 실렸습니다. 더불어 책이 나온 이야기와 신문에 났다는 이야기를 모두 `책을 사서 읽은 독자'가 보고서 유족에게 전화로 연락했습니다. 더구나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권정생 선생님"이 "완강히 반대"를 해서 출판이 늦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마치 권정생 선생님이 그저 `반대만 고집스레' 한 사람인 것처럼 비추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를 했을 뿐 아니라 내지 못하게 한 책임에도 `한길사에서 출판정신과 계약과 법을 어기고 책을 냈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습니다.
"광고만 냈다"는 책은 벌써 책방에 깔린 뒤였고, 신문에도 소개가 나왔습니다. 목요일에는 <문화일보>에 더욱 큰 기사로 소개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이야기일까요. 이오덕 선생님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은 `책이 나오는 일'을 `절대 반대'했기 때문에 두 분이 미리 알면 당연히 못 내게 할 테니, 몰래몰래 일을 꾸며서 한길사 쪽에서 자기들끼리 주물럭주물럭 만져서 책을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한길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혐의가 또 하나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선생님 뜻을 기리고 헤아리는 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출판사들을 제쳐놓고 `이오덕 선생님 책을 선점하여 출판사 이름값도 높이고 한길사가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뜻을 높이 기리는 좋은 출판사인 것으로 선전하려는 속셈이란 혐의 말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한길사에서 출판 계약도 없이, 허락도 받지 않고, 나아가 몰래 책을 내고, 판매정지도 시키지 않는 가운데 말 바꾸기만을 되풀이하는 모습은 돌아가신 분 이름과 글을 팔아서 출판사 배를 채우는 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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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책이 나오면 다 알게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뻔뻔스러운 일을 한길사에서는 했을까요?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옛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 사이에 곁들여 지난날 있었던 일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적 이야기입니다. <우리 글 바로쓰기>를 낸 지 얼마 안 된 뒤 이야기입니다. 그때 한길사 김언호 사장과 이오덕 선생님과 다른 여러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침 이오덕 선생님이 잠깐 화장실을 가셨습니다. 그때 김언호 사장이 하는 말이, "저 고집불통 늙은이...". 조금 뒤 이오덕 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하는 말이, "아이고 선생님..."
앞과 뒤에서 보이는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여온 흐름 위에서 출판정신을 거스르는 한편 유족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구나 아직까지도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입바른 사과조차 하지 않은 한길사입니다.
책을 몰래 냈으니 책이름도 한길사 마음대로 붙였습니다. 죽어도 낼 수 없다고 했으나 몰래몰래 만들어 내는 책에 `머릿글'을 넣어야 했으니 권정생 선생님이 다른 매체에 쓴 `이오덕 선생님 추모글'을 몰래 실었습니다. 편지도 몰래 허락도 받지 않고 내고, 머릿글도 허락도 안 받았습니다. 사실 관계도 사실 관계지만, 취재를 하는 가운데 보고 알게 된 이런 대목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길사에서는 백배사죄를 해도 죄값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이 입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씻어드리는 길은 지금까지 낸 모든 책을 오늘부터 당장 거두어들이고 두 분이 보는 앞에서 폐기를 시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팔린 책까지도 독자에게 수소문을 해서 책값의 몇 갑절을 손해보상을 해 주고 거두어들여서 마찬가지로 폐기를 하면 좋겠고요. 또 하나 있습니다. 벌써 언론 매체에는 보도자료까지 돌려서 소개가 크게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언론 매체에도 `소개가 나온 기사 크기'만큼 공개사과를 올려야 할 줄 압니다. 나아가 오늘 이때까지도 책을 팔고 있는 한길사는 책을 팔아서 거둔 모든 수익과 그 수익의 몇 갑절을 `사죄'하는 뜻으로 사회에 기부해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을 돕는 성금으로 내면 더욱 좋겠고요.
잠깐 고개를 들어 가만히 생각해 보아요. "좋은 책"은 "좋은 마음과 부지런히 흘리는 땀방울과 올곧은 얼"로 만들어야 좋습니다. 줄거리는 좋은 책이라고 하지만,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그 책을 좋은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어요. `나쁜 마음'이 아닌 `좋은 마음'으로 책을 만드는 문화가 우리 나라에 자리잡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좋은 책'을 함부로 만져서 `좋은 책'을 더럽히는 일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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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맺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한길사라는 출판사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출판인회의라든지 파주 책마을이라든지 말이에요. 어둡던 독재 정권 때는 좋은 책을 또 얼마나 많이 펴냈던가요. 그런데, 그런 출판사에서 알고 보니 책을 이렇게 내고 있으며 이오덕 선생님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도 사과를 하지 않고 법을 어겨가며 낸 책을 판매정지도 하지 않아요.
참 안타깝습니다.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아직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낯부끄러운 일을 저질러서 더욱 슬픕니다. 이오덕 선생님 유족도 유족이고 권정생 선생님도 권정생 선생님이지만 무덤에 묻힌 이오덕 선생님은 얼마나 마음이 무거울까요.
요 며칠 동안 날이 참 찌뿌둥합니다. 혹시나 이 찌뿌둥한 날씨가 땅속에 계신 이오덕 선생님 마음이 무거운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길사에서는 독자와 언론 앞에 고개숙여 사죄를 하고 앞으로는 출판얼을 똑바로 지키는 출판사로 거듭나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부디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과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과 독자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기를 바랍니다.
4336(2003).11.14.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