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걸려 비틀비틀
책짐을 나르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다. 등에 진 책을 놓쳐 진흙 바닥에 떨굴 수 없다. 비틀비틀 아슬아슬 바로선다. 내 몸뚱이가 흙더미에서 뒹굴더라도 책이 흙더미에서 뒹굴도록 할 수 없다. 내 몸은 씻으면 그만이요 내 옷은 빨면 된다. 더러워진 책은 돌이키지 못한다. 찢어지거나 다친 책은 되살리지 못한다.
착한 옆지기와 아이들 넋 또한 한 번 찢어지거나 다친다면 되살리기 힘들 테지. 어쩌면, 착한 넋이기에 다치며 아플 때에도 차근차근 아물도록 애쓰면서 더욱 씩씩해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 살붙이들이 따사롭고 너그럽다 하더라도, 내가 굳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만한 삶에 휘둘릴 까닭이 없다. 나는 돌멩이 하나는 돌멩이대로 아끼면서, 보드라운 흙길을 보드라운 흙내음대로 아끼는 삶을 사랑하고 싶다. (4344.11.8.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