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10.31.
 : 새 보금자리 면내 마실



- 자전거는 있으나 자전거수레는 없다. 옆지기가 말한다. “저 자전거 앞에 벼리가 앉을 자리 만들 수는 없지요?”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건을 둘둘 말까? 내일은 한번 이렇게 해 볼까? 어떻게든 아이를 자전거에 앉혀서 마실을 다녀야지, 면내에 볼일 보러 다녀오는 짧은 길이더라도 아이가 아버지랑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데 자전거를 못 태우니 더없이 슬프다.

- 아직 모든 짐을 다 옮기지 못했으니 자전거수레도 못 옮겼다. 자전거수레가 없으니 아이를 못 태우지만, 아이만 못 태울 뿐 아니라, 마실을 다녀오며 이것저것 장만한 다음 넉넉하게 싣고 돌아오지 못한다. 아이를 수레에 태울 때에는 아이 곁에 짐을 놓는다. 아이가 짐을 붙잡아 주기도 한다. 수레 뒷주머니에 짐을 싣기도 한다.

- 지난달부터 도화면 하수도 공사를 한다며 길바닥을 파헤쳤는데, 아직 이 공사가 끝나지 않는다. 파헤친 채 울퉁불퉁. 언제쯤 이 공사를 끝마치려나. 패인 데를 지나갈 때마다 자전거가 덜컹거리면서 망가지려는 소리를 낸다.

- 도화면에 꼭 하나 있는 작은 빵집 아저씨한테 ‘쌀 바게트’는 언제 굽느냐 여쭙는다. 한 주에 한 번 굽고, 지난주에는 금요일에 구웠는데 여덟 개 구워서 넷 남았다고 한다. 내일 굽는다고 하니, 내일이나 모레에 다시 와 보아야겠다.

- 십일월을 코앞에 둔 오늘, 논은 거의 다 베었다. 아직 안 벤 논은 거의 안 보인다. 일찌감치 벼를 벤 자리 가운데에는 밀을 심은 곳이 있다. 저 논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벼를 건사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밀을 건사하는구나. 논이 쉴 겨를이 없구나.

- 남녘누리 따사로운 바람을 쐬면서 면내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을 할매와 할배가 볏짚을 깔고 앉아 쉬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른 데를 보셔서 인사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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