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쏙쏙쏙 어린이


 뻥과자랑 꼬깔콘을 손가락에 하나씩 끼우며 놀다가 하나씩 빼먹는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나 또한 어릴 적에 이렇게 놀았던 일이 떠오른다. 어릴 적 내가 손가락에 이렇게 끼우며 놀면 어머니는 곁에서 “그럼 내(어머니)가 다 먹어야지.” 하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나는 손가락에 과자를 낀 채 다른 과자를 집어서 먹거나 꼬깔콘을 두 겹이나 세 겹으로 끼곤 했다.

 곰곰이 돌이킨다. 아이 얼굴에 어릴 적 내 얼굴이 있고, 아이한테 말을 거는 내 모습에 내 어린 날 내 어버이 모습이 있다. 옆지기가 아이한테 말을 거는 모습에 옆지기 어린 날 옆지기 어버이 모습이 있다. 오늘 내가 아이한테 보여주는 모습은 먼 뒷날 이 아이가 저희 아이를 낳을 때에 내 모습이 담긴다 할 테지. 나는 내 아이한테 사랑스레 물려줄 모습을 스스로 일구어야 한다. 내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내 아이한테 물려주고, 내가 살아오며 겪은 아름다움을 내 아이가 느끼도록 이끌어야 한다.

 밤하늘 별을 물려주어야지. 낮하늘 볕살을 물려주어야지. 고운 풀꽃과 나무와 멧등성이를 물려주어야지. 맑은 냇물과 마을 할매 할배 삶을 물려주어야지. 내가 애틋하게 보살핀 책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물려주어야지. 내 굳은살을 물려주어야지. (4344.10.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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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8 10:24   좋아요 0 | URL
" 밤하늘 별을 물려주어야지. 낮하늘 볕살을 물려주어야지. 고운 풀꽃과 나무와 멧등성이를 물려주어야지. 맑은 냇물과 마을 할매 할배 삶을 물려주어야지. 내가 애틋하게 보살핀 책을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물려주어야지. 내 굳은살을 물려주어야지." 문구가 너무 이뻐서 소리내어 읽어보는 중이랍니다. 볕살.... 아우, 따스하네요.

그런데 문구는 우리말로 무엇이라 바꾸면 좋을까요?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어떻게 이리 한글만 가지고 쓰시는지... 항상 놀란답니다. ^^

숲노래 2011-10-28 16:33   좋아요 0 | URL
'글'이나 '글월'이라 하면 돼요.
또는 '대목'이라 할 수 있어요.

오늘날은 한국사람 가운데 한국말을 느끼며
한국사람이랑 예쁜 넋을 나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뭐... 다 그런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