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동무 책읽기
우리 네 식구가 옮겨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전라남도 고흥군 작은 시골자락에는 어린이가 없다. 우리 집 첫째 아이 또래뿐 아니라 둘째 아이 또래도 없다.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네 식구가 함께 고흥마실을 하면서 살림집을 알아보던 때에 첫째 아이 또래동무를 만났다. 둘째 아이 또래동무가 될 갓난쟁이도 보았다. 웬일인가 하고 깜짝 놀라는데, 아이들 어머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시댁에 마실을 왔단다. 한가위 명절을 맞이해서 찾아와 한 달 넘게 그대로 머문단다. 명절을 끼고 찾아와서 한 달 넘게 머물 만한 시댁이라면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좋은 보금자리가 될까.
시골마을에서 또래동무가 없던 아이는 거의 한 달 만에 또래동무를 만났을 텐데, 또래동무를 만난 반가움과 기쁨이 얼마나 클까. 이는 우리 집 첫째도 매한가지일 테지. 둘은 서로가 아는 말로 종알종알 떠들고 손을 잡으며 껴안으면서 논다. 선물로 주는 대추를 치마폭에 곱게 싸서 고샅길을 내달린다. 서로 좋아할 수 있고 아낄 줄 아는 동무는 서로 북돋우면서 맑게 빛나는 예쁜 이야기책이 된다. (4344.10.11.불.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