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기와 글쓰기
둘레 사람들이 흔히 ‘최종규 씨는 집에서 손빨래를 하지 않고 기계빨래를 하면 글을 쓸 겨를을 더 낼 수 있지 않겠어요?’ 하고 묻습니다. 이렇게 걱정해 주는 이야기는 아주 고맙습니다. 날마다 두어 시간씩 빨래하는 내 삶을 돌아본다면, 나는 참으로 오랜 나날을 빨래하기로 보낸다 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다가, 밥을 차리고 치우며 아이들한테 밥을 먹이는 품을 누군가 해 준다면 얼마나 홀가분할까요. 밥을 하자면 먹을거리를 읍내 저잣거리로 찾아가서 장만해야 하는데, 이 몫을 누가 해 준다면, 자전거를 타고 나가든 읍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든 하면서 내 품을 덜어 준다면, 집안을 쓸고닦아야 하고, 집살림을 돌보는 일을 다른 사람이 해 준다면, 나로서는 아주 느긋할 수 있겠지요.
이것저것 하자면 하루에 집일로 쏟는 품은 참 많습니다. 집일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면 글쓰기라든지 책읽기에 더욱 마음을 기울이겠지요.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집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때에, 내 글이 한결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이들하고 복닥이는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있다면, 책방마실을 마음껏 즐기면서 책읽기를 아주 신나게 할 수 있을까 참말 모르겠습니다.
아주 조용한 곳에서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를 붙잡으면 온누리를 따사롭게 비출 살가운 글을 가득가득 길어올릴 수 있는지 그야말로 모르겠어요. (4344.10.1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