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68 : 책을 언제 읽어야 할까


 사람들이 나날이 책을 덜 읽는다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예나 이제나 읽어요. 책을 좋아하면서 책을 살가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가난한 살림일 때이건 가멸찬 살림일 때이건 책을 알맞게 장만해서 즐거이 읽습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예나 이제나 안 읽어요. 바쁠 때에는 바빠서 안 읽고 느긋할 때에는 느긋해서 안 읽어요.

 책을 빨리 읽는 사람은 책을 늘 빨리 읽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을 언제나 많이 읽어요. 걸음이 빠른 사람은 걸음이 늘 빠릅니다. 일이 많아 바쁜 사람은 노상 일이 많아 바빠요. 삶 그대로 책을 읽고, 삶 그대로 마음을 씁니다.

 사람들은 책뿐 아니라 영화를 즐기고 노래를 사랑합니다. 춤이나 연극이나 그림을 좋아해요. 신문도 많으며 손전화로 신문글을 언제 어디서나 읽습니다. 정보와 지식이 넘치고, 상식과 소문이 흐릅니다. 그러나, 막상 내 몸으로 녹이거나 삭이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아리송해요. 책이며 영화이며 새소식이며 가득하지만, 문화나 예술은 춤을 추지만, 이들 지식이나 정보나 문화나 예술은 조각조각 난 채 내 삶을 아름다이 못 돌보거나 이웃사랑을 어여삐 못 나누지 싶습니다.

 북아메리카 토박이 사람들과 삶을 사진으로 담은 에드워드 커티스 님 책이 《북아메리카 인디언》(눈빛,2011)이라는 이름을 달고 태어났습니다. 저는 에드워드 커티스 님 사진책을 예전에 일본판과 미국판으로 읽었습니다. 한국판으로는 나오기 힘들겠다고 여겼어요. 한국에서는 사진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을 뿐 아니라 사진에 깃든 넋을 옳게 읽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700쪽이 넘는 두툼한 사진책을 만지작거리면서 참 대견한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판 책에 실린 사진 빛느낌은 일본판이나 미국판보다 퍽 떨어집니다. 사진을 다루는 솜씨나 매무새가 아직 못 미쳐요. 가만히 보면, 한국땅에서 디지털사진기 한 대쯤 안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할 만하지만, 사진읽기와 사진보기와 사진찍기를 슬기로이 살피는 분은 퍽 드뭅니다.

 집에서 옆지기하고 《샤먼 시스터즈》(대원씨아이)라는 아홉 권짜리 만화책을 함께 읽습니다. 옆지기는 이 만화책이 그림도 괜찮고 줄거리도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샤먼 시스터즈》를 그린 타카토시 쿠마쿠라 님 다른 만화책은 한국말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샤먼 시스터즈》 또한 널리 사랑받지 못해요. 아니, 널리 사랑받지 못한다기보다 이 만화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찬찬히 헤아리지 못한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게 어떨까요? 저는 이렇게 당신과 얘기할 수 있어서 기쁘니까요(4권 62쪽).” 하는 말마따나, 돈이 있건 없건 이름이 높건 낮건 힘이 세건 여리건, 더 너그러우면서 한결 사랑스레 살아가지 못할 때에는 책을 손에 쥐더라도 책맛을 볼 수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책을 언제 읽어야 좋을까 하고 차분히 되뇝니다.

 아이하고 마주한 자리에서는 아이 눈을 바라보며 웃으면 됩니다. 아이한테 놀잇감을 쥐어 주거나 수레에 태워 어디 마실을 가거나 값진 옷을 입히거나 값나가는 가루젖을 먹여야 하지 않아요. 따순 어머니 품에서 젖을 알맞게 먹이면서 포근한 아버지 품에서 시원을 바람을 쐬도록 안으면 됩니다. 나부터 사랑스러울 때에 아이를 사랑스레 껴안고, 나 스스로 따사로울 때에 따사로운 책 하나 손에 쥡니다. (4344.9.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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