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책읽기
두 아이를 바라본다. 멧자락을 옆에 낀 이 시골집을 떠나 새 시골집을 찾아야 하기에, 짐을 꾸리고 쌓아 두느라 집안이 참 어지럽다. 이 어지러운 집에서도 잘 놀고 잘 크며 잘 떠드는 아이들이 고맙다. 둘째가 하루하루 눈부시게 자라면서 곧 뒤집기를 해내겠지. 첫째는 둘째하고 놀아 준다며 때때로 ‘좀 괴롭히는 짓’이 되고 마는 놀이를 하지만, 둘째는 첫째한테 ‘좀 괴롭힘을 받아’도 까르르 하면서 웃는다. 나는 우리 형한테서 어떤 괴롭힘이자 놀이를 받았을까.
나도 어린이였고 옆지기도 어린이였다. 어린이로 살아가는 두 아이는 머잖아 어른이 되리라.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저희 아이를 낳으면, 저희 아이를 돌아보면서 저희 어린 나날을 곱씹을까. 아니면, 오늘 이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아이들을 옳게 사랑하고 착하게 껴안는 나날을 일굴 수 있으면,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에 저희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저희 어린 나날을 돌이키며 아름다운 넋을 건사하도록 할 수 있을까.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갈 사랑스러운 길이 어디인가 하는 이야기는 육아책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다. 바로 우리 두 아이 얼굴에, 발가락에, 혓바닥에, 머리카락에 하나하나 아로새겨진다. 아이들 작은 가슴에 귀를 대고 가만히 있으면 콩콩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을 내 가슴에 올리고 가만히 있으면 쿵쿵 뛰는 소리를 아이들이 듣겠지. 어버이는 아이책을 읽고 아이들은 어른책을 읽는다. (4344.9.19.달.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