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람 책읽기
서울이나 서울처럼 크고작은 도시는 하나도 즐겁지 않다. 그러나, 나무가 있고 이 나무 곁을 걷거나 이 나무 둘레를 거닐 수 있으면 느긋하고 너그러우면서 좋다. 책을 읽으려면 서울에서는 읽지 말아야 한다. 아니, 서울에서는 책을 읽을 수 없다. 다만, 서울이라 하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찾아, 바람결에 따라 바실바실 소리를 내며 춤을 추는 잎사귀 노래를 듣는 푸른 그늘에서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로 일군 책’을 천천히 펼친다면 책읽기가 이루어진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움직이는 서울사람이나 도시사람이 책을 읽으라고 바랄 수 없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음직이는 사람들한테는 이러한 곳에서 착한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할 줄 알기를 바랄 뿐이다. 착한 마음을 잃은 채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는 슬픈 사람들을 부대끼고 싶지 않으니, 서울마실을 할 때에 버스나 전철에서 책을 펼치며 힘겨운 아픔을 떨친다. 소리가 살고 냄새가 그윽하며 빛살이 고운 곳에서만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시가 자꾸 커지거나 새로 늘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은 나날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을밖에 없다. 도시에서는 책을 읽을 일터나 보금자리나 쉼터가 깡그리 사라진다. (4344.9.16.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