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책읽기
모든 사람은 살아갑니다. 살아가지 않는 사람은 죽은 넋입니다. 모든 사람은 새로운 밥을 먹으면서 새로운 목숨을 얻어 새로운 나날을 살아갑니다. 새로운 밥을 먹어 새로운 목숨을 얻듯, 사람들은 날마다 새롭게 살아갑니다. 새롭게 살아간다 할 때에는 새롭게 자란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는다’고 하는데, 늙기 또한 ‘자라기’입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는 ‘크기’로 ‘자라기’를 이루고, 어른은 ‘늙기’로 ‘자라기’를 이룹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는 자라면서 한껏 싱그러운 꿈을 키운다면, 어른은 자라면서 머잖아 눈을 감고 숨을 거둘 마지막날을 헤아리는 꿈을 보듬습니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숨을 쉬기에 살아갑니다. 살아가기에 날마다 새로운 한 가지를 배웁니다. 오랜 나날 살아온 깜냥을 바탕으로 슬기를 빚을 수 있지만, 오랜 나날 살아온 깜냥은 잊은 채 하루라도 더 튼튼하거나 젊은 몸으로 뛰놀고프다는 덧없는 밥그릇에 얽매이는 바보스러움을 일굴 수 있습니다. 슬기도 배움이요 바보스러움도 배움입니다. 《어머니의 감자밭》이라는 그림책처럼, 사람들은 끔찍하게 죽이고 죽는 싸움(전쟁)을 치러야 비로소 나눔(평화)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가를 깨닫곤 합니다. 그러니까 어리석은 삶, 바보스러운 짓, 멍텅구리 같은 모습 또한 고마운 슬기 구실을 합니다.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살아가는 책읽기입니다. 살아가는 사람인 만큼 살아가는 마음읽기입니다. 살아가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랑읽기예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저 먼 곳에서 살아가거나 살았거나 살아갈 사람들 나날을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저 먼 때에 살았거나 살아갈 사람들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따사로운 손길을 받고 너그러운 눈길을 보냅니다. 저 먼 누리에서 어떤 사랑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서 씨를 냈는가를 따사롭고 너그러이 나눕니다.
둘째 갓난쟁이는 새벽녘 칭얼거리다가 어머니 젖을 물고 잠듭니다. 이윽고 오줌을 누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 울다가 다시 어머니 젖을 물고 새근새근 예쁜 소리를 내며 잠결에 듭니다. 첫째 네살박이는 어제 하루 고단하도록 놀더니 한밤에 힘겨운 몸으로 깨어 앓는소리를 하다가 어머니가 따숩게 건네는 말마디를 듣고 아버지가 살며시 가슴에 얹는 손바닥 따스함을 느끼면서 고즈넉히 꿈나라로 접어듭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 때에 책 하나 손에 쥐어 읽을 만합니다. 살아가는 책읽기는 사랑하는 책읽기입니다. (4344.9.12.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