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ye for Iran (Hardcover)
Kazem Hakimi / Garnet Pub Ltd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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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무엇을 찍어야 하는가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27] 카젬 하키미(Kazem Hakimi), 《an Eye for Iran》(Garnet,2009)


 사진기를 든 사람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찍습니다. 작품을 찍건 예술을 찍건 늘 무엇인가를 찍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 선보일 사진을 찍든 내 살붙이 몇몇만 볼 사진을 찍든 노상 무엇인가를 찍습니다.

 돈이 넉넉해서 값진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마련하는 값나가는 사진기이든, 돈이 얼마 없어서 값싼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장만하는 가벼운 사진기이든, 어떤 사진기를 손에 들든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찍어 사진을 이룹니다.

 언제나 새로운 사진입니다. 오늘날 숱한 예술쟁이가 빚는 예술사진을 들여다보면 으레 지난날 누군가 해 보았던 예술이거나 사진이기 일쑤이지만, 오늘날은 오늘날대로 새로운 사진입니다. 한 자리에서 수십 수백 장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이지만, 사진기를 쥔 사람마다 다 다른 삶이기 때문에 다 다른 사진이 태어나 다 다른 예술을 빚거나 다 다른 사랑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대형사진기를 다루며 귀뚜라미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 코앞까지 다가서며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크게 잡아당기는 렌즈를 써서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가 깃든 자리를 넓게 보여주는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귀뚜라미 인형을 손에 든 사람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요.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님이 《붉은 소파》(눈빛,2010)를 빚듯, 누군가는 ‘푸른 귀뚜라미’를 빚을 만합니다.

 카젬 하키미(Kazem Hakimi) 님은 이란사람일까요. 《an Eye for Iran》(Garnet,2009)은 “이란을 바라본 눈길”을 보여주는 사진책일까요. 이란에서 태어났으나 1974년에 영국으로 건너가서 여러 일을 하다가 사진을 배운 뒤, 2004년에 이란으로 돌아와서 찍은 사진으로 엮었다는 《an Eye for Iran》은 어떠한 삶과 사람과 사랑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책이 될까요.

 이란에서 태어나 내내 이란에서 자라고, 이란에서 일자리를 얻어 이란에서 동무를 사귀며 짝꿍을 만나 혼인해서 아이를 낳은 사람이랑, 어린 나날이나 젊은 나날에 이란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지내다가 이란으로 돌아온 사람이랑, 이란을 바라보는 눈길은 서로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를까 궁금합니다. 이란에서 태어났던 사람은 이란으로 돌아가서 ‘이란’ 사진을 찍는데, 이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이가 이란 큰도시로 옮겨 지내다가 이란 시골마을로 돌아가서 사진을 찍는다면, 이 이란사람이 담은 ‘이란’이란 어떤 이야기가 깃든 모습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내내 이란에서 머문 사람이 바라보는 이란 모습은 늘 익숙하기에 굳이 사진으로 담을 까닭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내내 이란에서 지낸 사람이 바라보는 이란 모습이야말로 늘 익숙한 만큼 애써 사진으로 담아야 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란 바깥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이란으로 돌아온 사람이 바라보는 이란 모습은 어린 나날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란 바깥에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이란으로 돌아온 사람이 바라보는 이란 모습은 아주 낯설거나 새롭다고 느껴서 이와 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야겠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이란다운 이란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될까요. 어느 쪽이 사진다운 사진을 찍는 길이 될까요.

 사진기를 쥔 사람이 남자라면 어떤 이란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어떻게 담아낼는지요. 사진기를 쥔 사람이 여자라면 어떤 이란을 어떻게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실어낼는지요. 사진기를 쥔 사람이 할머니라면 어떤 이란을 어떻게 헤아리면서 어떻게 옮길는지요. 사진기를 쥔 사람이 어린이라면 어떤 이란을 어떻게 즐기면서 어떻게 아로새길는지요.

 사진으로 나아가는 길은 따로 없습니다. 사진이 되는 길은 딱히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면서 내 사진을 좋아하면 내 손에 쥔 사진기로 수많은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사진 역사에 이름난 사람들 발자국이나 손길을 떠올리면서 ‘내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사진 예술에 돋보이는 사람들 강의나 책을 살피면서 ‘내 사진 느낌을 다스릴’ 까닭 또한 없습니다.

 ‘연필 쥐기’를 누구한테서 배울 수 있겠지요. 붓글씨를 하듯 글을 쓸 수 있겠지요. ‘사진기 쥐기’를 누구한테서 배울 수 있습니다. 문화나 예술을 하듯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커피를 끓이거나 빵을 굽거나 김치를 담는 솜씨를 누구한테서 배워 고스란히 따를 수 있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이든 “나한테 알맞춤할 사진기를 골라 손에 쥐며 느낄 마음”이든 얼마든지 누구한테서 배울 만합니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짝꿍을 어떻게 아끼거나 사랑해야 하는가 하는 대목을 누구한테서 배울 수 있을는지요. 내 아이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삶길을 누구한테서 배울 만한지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깜냥껏 내 옆지기를 사랑하며 아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나는 내 슬기를 빛내어 내 아이를 사랑하며 아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나는 내 사진기가 가볍든 값싸든 대수로운 일이 아닌 만큼, 내 사진기를 알뜰히 사랑하며 아끼는 몸짓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삶자락을 내 사진으로 일구도록 땀흘리며 어깨동무하면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an Eye for Iran》은 딱 “이란을 바라본 눈길”만큼 사진을 담아서 보여줍니다. (4344.9.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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