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사진
둘째가 태어난 지 백날을 맞이한다. 첫째 때에도 이러했는데, 아이 백날을 챙기는 분은 외할머니이다. 아버지 된 사람이나 어머니 된 사람 모두 백날이 언제인지를 어림하거나 챙기지 못한다. 챙긴다는 뜻은 백날을 하나하나 세서 언제가 되는가를 미리 이야기하신다는 소리이다.
백날을 하루 앞둔 아흔아홉째 날 사진을 찍는다. 첫날에도 둘쨋날에도 늘 사진을 찍었다. 그렇지만 둘째 사진은 첫째 사진하고 대면 턱없이 적다. 첫째가 태어난 뒤 오늘에 이르도록 첫째 사진은 참 자주 많이 찍지만, 둘째 사진은 거의 안 찍는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둘째는 첫째와 달리 손가락을 빤다. 둘째는 첫째와 다르게 얌전둥이로 지낸다. 둘째는 병원에서 하도 우악스럽게 잡아뽑는 바람에 뒷통수 한쪽이 비뚤어졌다. 둘째는 첫째하고는 사뭇 달라 밤에 깨지 않고 젖을 찾지 않으며 오줌도 누지 않는다. 둘째는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사랑을 뿌리며 어떤 삶을 일굴까. 곧 아침 열 시가 되면 자전거에 수레를 달아 백날떡을 받으러 가야지. (4344.8.28.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