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사진


 둘째가 태어난 지 백날을 맞이한다. 첫째 때에도 이러했는데, 아이 백날을 챙기는 분은 외할머니이다. 아버지 된 사람이나 어머니 된 사람 모두 백날이 언제인지를 어림하거나 챙기지 못한다. 챙긴다는 뜻은 백날을 하나하나 세서 언제가 되는가를 미리 이야기하신다는 소리이다.

 백날을 하루 앞둔 아흔아홉째 날 사진을 찍는다. 첫날에도 둘쨋날에도 늘 사진을 찍었다. 그렇지만 둘째 사진은 첫째 사진하고 대면 턱없이 적다. 첫째가 태어난 뒤 오늘에 이르도록 첫째 사진은 참 자주 많이 찍지만, 둘째 사진은 거의 안 찍는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둘째는 첫째와 달리 손가락을 빤다. 둘째는 첫째와 다르게 얌전둥이로 지낸다. 둘째는 병원에서 하도 우악스럽게 잡아뽑는 바람에 뒷통수 한쪽이 비뚤어졌다. 둘째는 첫째하고는 사뭇 달라 밤에 깨지 않고 젖을 찾지 않으며 오줌도 누지 않는다. 둘째는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사랑을 뿌리며 어떤 삶을 일굴까. 곧 아침 열 시가 되면 자전거에 수레를 달아 백날떡을 받으러 가야지. (4344.8.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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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1-08-28 13:04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
9월 중순쯤에 살림집을 옮길 테지만,
그때까지는 그대로 있으니까요,

- 충청북도 충주시 신니면 광월리 531번지 (우 380-892)
- 최종규 011.341.7125

오늘 하루도 즐거이 보내셔요~~

카스피 2011-08-29 22:29   좋아요 0 | URL
ㅎㅎ 아이가 참 튼튼해 보이네요.유아 사망율이 높던 옛날이야 아기 백일을 챙겼지만 요즘은 그닥 잘 챙기지 않는것 같더군요.그냥 백일 사진 찍는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숲노래 2011-08-30 05:55   좋아요 0 | URL
요즘은 바빠서 그래요.

요즘도 백날은 제대로 챙겨야 해요.
왜냐하면, 백날은 '아이'뿐 아니라 '어머니'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제대로 몸을 되찾느냐를 헤아리는 잣대이거든요.

이런 대목을 놓치거나 허술히 하면,
다들 메롱메롱이 되고 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