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웅진 세계그림책 1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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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가장 좋은 아이와 어버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9] 앤서니 브라운, 《우리 엄마》(웅진주니어,2005)



 첫째를 낳은 뒤 출생신고를 할 때에, 또 둘째를 낳고 나서 출생신고를 할 때에, 동사무소와 면사무소에서 참 껄적지근했습니다. 출생신고를 하라는 서류에는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 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며 ‘학교를 어디까지 다녔는가’를 밝히도록 하거든요.

 아이를 낳은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궁금한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나 싶어 슬픕니다만, 주민등록증에 손그림을 찍도록 하는 나라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 대통령이면 대단하고, 어머니가 하는 일이 의사라면 거룩할까요. 아버지가 집에서 살림을 도맡고, 어머니는 아파서 몸져누운 사람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셈인가요.

 우리 두 아이한테 나는 아버지가 되었고, 우리 두 아이한테 옆지기는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이뿐입니다. 아버지가 되려고 아이를 낳아 함께 살고, 어머니가 되고자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갑니다.


.. 우리 엄마는 굉장한 요리사이고, 놀라운 재주꾼이에요 ..  (4∼5쪽)


 아이 아버지가 몇 살인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다달이 돈을 얼마 버는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어느 학교를 어떠한 성적으로 마쳤는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 어머니 몸매가 어떠하고 얼굴이 어떠한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밥을 얼마나 잘 차리고 얼마나 잘 치울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빨래를 얼마나 잘 하고 아이들하고 얼마나 신나게 어울려 놀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얼마나 따사로운 품으로 아이를 어루만질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아이들한테 얼마나 즐거이 젖을 물리며 자장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 아기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코뿔소처럼 튼튼해요. 정말 정말 정말 멋진 우리 엄마 ..  (14∼15쪽)


 차린 밥을 맛나게 잘 먹는 아이를 바라보며 날마다 즐거이 새 밥을 차립니다. 빨아서 갠 옷을 기쁘게 잘 입는 아이를 바라보며 날마다 신나게 새 빨래를 북북 비비며 꾹꾹 짜고 탕탕 털어 마당에 넙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지치지 않고 노래하거나 뛰거나 달려들어 안기는 아이를 바라보며 날마다 새로 기운을 내어 아이하고 손을 맞잡으며 춤을 춥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간다면, 아마 아이 어버이는 책을 더 깊이 파고들거나 자전거를 더 오래 탈 테지요. 글을 더 많이 쓰고 책을 더 많이 쓸는지 모릅니다. 이곳저곳 좋다는 시골마을을 두 다리로 걸어서 찾아다닐는지 몰라요. 그러나, 아이를 낳고 살아가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거나 살림하는 품을 많이 들입니다. 하루 열 시간 남짓 집에서 일하거나 살림하며 살아갑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가방에 아이 옷가지를 잔뜩 챙깁니다. 아이하고 읍내 장마당 마실을 다닐 때에도 아이 옷가지뿐 아니라 아이 먹을거리를 챙기느라 바쁩니다. 가방부터 퍽 무겁습니다.

 누구는 아이 낳고서 자가용도 장만하지 않느냐며 나무랍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기 앞서부터 자가용이 있을 까닭이 없다고 느꼈고, 아이하고 살아가면서 더더욱 자가용이 덧없다고 느낍니다. 아이랑 손을 맞잡고 시골길을 거닐 때에 즐겁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땀 뻘뻘 흘리며 걷는 나날이 고맙습니다. 폭신한 걸상에 눕듯 앉아 이곳에서 저곳까지 땀 한 번 안 흘리고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오가는 일이란 아이한테나 어버이한테나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느낍니다. 더운 날에는 더위를 느끼고 추운 날에는 추위를 느끼면서 콩콩 뛰는 마실이 싱그럽다고 느껴요.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함께 살듯, 사랑으로 부대끼며 누리는 나날이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죠 ..  (18∼19쪽)


 나는 내 아이들한테 “우리 아버지가 되었어요” 하고 느낄 삶을 즐기고 싶습니다. 나는 내 어머니한테서 “우리 어머니로 살았어요” 하고 날마다 느끼는 삶을 즐깁니다.

 나는 내 아이들한테 내 옆지기가 “우리 어머니예요” 하고 느낄 삶을 고맙게 여깁니다. 나는 내 옆지기가 당신 어머니를 “우리 어머니예요” 하고 노상 돌아보는 삶이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바라볼 때이든 아버지가 아이를 바라볼 때이든, 아이가 사랑스러우면 가장 즐겁습니다. 아이가 어머니를 마주할 때이든 아이가 아버지를 부대낄 때이든, 어버이가 사랑스러우면 가장 기쁩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더도 덜도 없습니다.

 앤서니 브라운 님 그림책 《우리 엄마》를 읽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읽고 아버지 혼자서 읽으며 아이 혼자서 읽다가는 다 함께 읽습니다. 《우리 엄마》는 가장 엄마다우면서 가장 사랑스러운 엄마 삶과 꿈과 넋과 말을 어여삐 들려줍니다. (4344.8.27.흙.ㅎㄲㅅㄱ)


― 우리 엄마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허은미 옮김,웅진주니어 펴냄,2005.3.5./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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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8-27 23:30   좋아요 0 | URL
이 책 궁금했는데...리뷰 잘 봤어요.^^

숲노래 2011-08-28 04:46   좋아요 0 | URL
오래도록 간직할 만하고
둘레에 선물할 만한
아름다운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