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띠


 옆지기가 손뜨개로 만들어 준 머리띠를 한다. 이 머리띠를 만든 첫날부터 내내 이 머리띠를 한다. 아침에 머리를 뒷꽁지 하나로 묶은 다음 머리띠에 머리카락을 여민다. 내 머리에 꼭 맞게 손수 뜬 머리띠는 하루 내내 하고 돌아다녀도 머리가 눌리거나 아프지 않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고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흐르지도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랑 읍내에 다녀올 때에, 숯고개 오르막을 낑낑대며 다 오른 다음 시원하게 내리막을 달릴 때에도 머리띠는 흘러내리거나 바람에 날려가지 않는다. 머리카락도 흩날리지 않는다.

 옆지기한테 고맙다는 말을 딱 한 번밖에 안 한 듯한데, 머리띠를 할 때마다 언제나 고맙다고 느낀다. 이런 머리띠를 두 차례 잃을 뻔했다. 처음에는 어디 멀리에서 떨어뜨렸나 했더니, 바로 집 앞에 떨어졌더라. 비옷을 벗으면서 비옷 깃에 걸려 나도 모르게 뒤로 떨어졌더군. 두 번째는 엊저녁. 서울로 홀로 자전거를 끌고 마실을 나와 여관에서 묵는데, 자리에 드러누우면서 머리를 만지는데 머리띠가 잡히지 않았다. 힘겨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머리띠를 찾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내 머리띠가 서울 어디 길바닥에 떨어진 채 울까 싶어 걱정스러웠지만, 도무지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알 노릇이 없으니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씻으려고 하는데, 발밑에서 낯익은 머리띠가 보였다. 어, 어, 왜 여기에 있지? 곰곰이 생각한다. 아하, 웃도리를 벗을 때에 살짝 걸려서 그때 벗겨졌나 보구나. 어젯밤 머리띠 찾자며 다시 골목으로 나와 돌아다녔으면 찾지 못하며 한참 헤매기만 했겠지. 참 잘 되었구나. 참 기쁜 일이구나. 이제 끈으로 머리를 하나로 묶고 머리띠를 한다. 좋다. 이 따사로운 느낌이 좋다. 오늘 하루도 좋게 잘 살아내자. (4344.8.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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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8-19 22:18   좋아요 0 | URL
ㅎㅎ 된장님은 요즘도 머릴 길게 기르시남봐요.긴 머리엔 머리띠가 확실히 필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