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來ちゃん (單行本)
川島小鳥 지음 / ナナロク社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아이한테 물려주는 선물일까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33] 카와시마 코토리(川島小鳥), 《未來ちゃん》(ナナロク社,2011)



 어버이가 아이를 찍은 사진을 아이도 함께 즐깁니다. 아이도 사진을 얼마든지 잘 들여다볼 줄 알며, 아이는 아이대로 잘 찍힌 사진을 헤아리며, 더 좋아하는 사진이 따로 있습니다.

 사진찍기를 늘 하면서 살아가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우리 집 네 살배기 아이는 첫 돌이 아직 안 될 무렵부터 사진을 보았습니다. 첫 돌이 아직 안 되었을 때부터 사진기를 만지작거렸고, 디지털사진기 단추를 요모조모 누르며 사진 보기를 즐겼습니다. 이제 네 살이 되면서 사진과 그림과 만화를 찬찬히 가릴 뿐 아니라, 사진에 어떤 이야기가 깃들었는가를 환하게 읽습니다.

 아이는 사진을 이론으로나 실천으로나 배우지 않습니다. 딱히 배운 적이 없으며, 굳이 가르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한테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고, 아이한테 책읽기나 영어나 한자를 가르친 적 또한 없습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하루하루 반가이 맞이하며 즐거이 뛰놀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진찍기를 늘 하는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아이 모습을 수없이 찍습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날마다 사진으로 담습니다. 어느 날은 백 장 가까이 담고, 어느 날은 아이가 하도 미운 짓을 일삼는다고 여겨 고작 서너 장만 담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다음부터는 집일이 멧더미처럼 쌓이는데다가 몸이 지치는 바람에 사진을 제대로 못 찍습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날마다 사진 몇 장씩 꼬박꼬박 찍습니다.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다가는 한 주가 흐르며 한 달이 갑니다. 이렇게 흐르거나 가는 날과 달이 모여 해를 이루겠지요. 때때로 몇 달 앞서 사진이나 한두 해 앞서 사진을 들춥니다. 날마다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도 몇 달 앞서 모습을 들여다보며 깜짝 놀랍니다. 날마다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새삼스레 느끼지만, 한꺼번에 여러 달이나 여러 해를 훑으니 이 아이가 이렇게 날마다 클 뿐 아니라 다른 얼굴 다른 모습 다른 이야기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아이를 사진으로 찍는 어버이는,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제 어린 나날 모습을 기쁘게 돌아보거나 돌이키도록 돕는다기보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가 어린 나날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살았는가를 ‘잊거나 놓칠 어버이’를 꾸준히 일깨우면서 ‘아이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즐거움과 고단함’을 찬찬히 느끼도록 돕는지 모릅니다. 그렇겠지요. 아무렴.

 카와시마 코토리(川島小鳥) 님이 일군 사진책 《未來ちゃん》(ナナロク社,2011)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일본 사진쟁이 카와시마 코토리 님은 당신 딸아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사진으로 담았고, 이 사진을 그러모아 사진책 하나로 내놓습니다. 카와시마 코토리 님이 사내인지 가시내인지, 또 도시내기인지 시골내기인지 모릅니다. 그저 이 사진책을 들여다보는 동안, 퍽 외지다 싶은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딸아이가 참 재미나게 놀면서 꽤 예쁘고 씩씩하게 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일본땅에서 태어나 일본사람으로 살아가는 넋을 고이 느낍니다.

 생각해 보면, 카와시마 코토리 님 사진책 《未來ちゃん》은 당신 딸아이를 기리면서 내놓았을 뿐 아니라, 당신 딸아이한테 바치는 선물이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 사진책 《未來ちゃん》은 누구보다 딸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느낀 보람과 기쁨과 고됨과 눈물을 알알이 담아 당신한테 스스로 바치는 선물이랄 수 있어요.

 아이한테 물려주는 선물인 사진이기 앞서, 어버이 스스로한테 바치는 선물인 사진입니다. 아이가 먼 뒷날 즐겁게 돌아볼 선물인 사진이기 앞서, 어버이 스스로 먼 뒷날 기쁘게 곱씹을 선물인 사진입니다.

 아이 사진에는 아이가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만 담기지 않습니다. 아이가 나날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곁에서 아끼고 사랑하며 믿는 고운 어버이 모습이 살포시 담기고 나란히 스밉니다.

 다만, 어버이 되는 사람은 사진기를 들었으니 사진에는 안 나와요. 사진에는 오직 아이만 나옵니다. 내가 찍는 내 아이 사진도 똑같습니다. 내가 찍는 내 아이 사진에도 내 모습은 한 번도 비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내 아이만 나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 사진에는 어김없이 ‘아이하고 살아가는 어버이 눈물과 웃음’이 곳곳에 깃듭니다. 살며시 스밉니다. 아리따이 뱁니다.

 아이가 웃을 때에 어버이도 웃습니다. 아이가 울 때에 어버이도 웁니다. 아이가 넘어질 때에 어버이도 넘어집니다. 아이가 콩콩 뛰며 달리기를 할 때에 어버이도 콩콩 뛰며 달리기를 합니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고운 목숨을 선물했고, 나는 내 아이한테 고운 목숨을 선물합니다. 내가 먹는 밥은 숱한 알곡이 몸을 바친 목숨이요, 숱한 알곡은 흙과 물과 바람과 햇살을 머금으며 자랍니다. 돌고 도는 삶이면서, 돌고 도는 사랑이요, 돌고 도는 아름다운 꿈과 이야기입니다. (4344.8.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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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08-1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분이 알려주기를,
사진쟁이 딸이 아니라
친구 딸이라고 하네요 @.@

친구 딸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진으로 담았다고 한다면
글이 아주 달라야 하는데...

에구구.... ㅠ.ㅜ
이분 다른 사진책도 곧 한 권 사서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쓸 생각이라,
글에서 고치기가 엄두가 안 나네요....